슬픔과 공명하는 음악, 엘라 피츠제럴드 Ella Fitzgerald - Misty
비가 며칠씩 계속 오면 조금씩 우울해진다.
그리고 오히려 우울한 음악이 그리워진다.
감정을 밖으로 꺼내고 싶을 만큼 우울함이 쌓이기 때문일까?
우울한 감정을 자극하는 음악은 슬픈 음악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누군가 옆에서 울고 있다고 내가 슬퍼지는 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우울한 기억을 건드려줄 뭔가가 나를 슬프게 만드는 거다.
그게 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음악이 그런 역할을 하는지는 알 수 있다.
그건 가사 때문도 아니고 가수 때문도 아니다.
어쩌면 기억과도 상관없을지 모른다.
그냥 내 안에 있는 슬픔과 비슷한 진동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공명 현상이 물리적인 세계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란 얘기다.
감정도, 생각도, 모두 고유의 진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명은 언제라도 발생하게 되는 거다.
심지어는 심장의 박동마저도 고유의 진동이 있으니까.
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가 부른 에롤 가너Erroll Garner의 <Misty>는 슬픔하고 별로 관계없는 노래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들뜬 마음이 느껴지는 노래다.
이 노래에서 나는 슬픔을 느낀다.
아니, 내 안의 슬픔은 이 노래와 공명한다.
노래가 멈추면 다시 현실이 보인다.
그리고 슬픔은 멀어지기 시작한다.
비가 며칠씩 계속되는 날,
이 노래는 멈출 수가 없다.
멈추면 다시 시작하고, 또다시 시작한다.
그렇게 슬픔은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다.
그러길 원하는 게 내 마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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