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크바스토프 Thomas Quasthoff>
처음 그의 목소리를 들었던 날이 생생히 기억된다.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 성산대교를 넘고 있었다.
인천에서 서울로, 본가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날.
문득 차 안이 너무 조용하단 생각에 라디오를 틀었다.
늘 듣던 93.1Mhz, KBS 1 FM, 클래식 방송이다.
라디오를 켜자마자 재즈가 들린다.
가끔 클래식 방송에서도 재즈를 틀어준다.
부드럽고 깊은 색채가 느껴지는 재즈 가수의 목소리가 그 밤과 잘 어울렸다.
'You and I'
제목을 알고 있었던 건 아니다. 계속해서 후렴부분에 반복되는 가사가 You and I 였으니까.
노래는 클라이맥스에서 나를 눈물 흘리게 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 가수가 누굴까?
DJ의 소개를 귀기울여 기다렸다.
'토마스 크바스토프의 재즈 앨범 가운데...'
집에 돌아와 바로 검색을 했다.
1959년 독일 출생
키 132cm
오른 손가락 4개
왼 손가락 3개
탈리도마이드 부작용으로 태어난 기형아.
탈리도마이드는 19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중반 까지 판매된 임산부 입덧 방지제로, 1953년 독일에서 만들어졌고 57년 8월 시판이 되었다. 동물 실험에서 부작용이 없었기 때문에 기적의 약으로 광고 되었다. 독일과 영국을 거쳐 전세계로 퍼져나간 이 약을 복용한 임산부들이 기형아를 출산하면서 판매가 중지된다.
탈리도마이드에 의한 기형아출산은 46개국에서 1만명이 넘었다.
특히 유럽지역에서 8천명이 넘는 기형아가 태어났다.
사지가 없거나 있어도 짧고 손발가락이 모두 없거나 일부가 소실된 기형아를 출산했다.
임신 40일 이전에 이 약을 복용하면 기형아를 낳을 확률이 100%였다고 한다.
하노버 음대 입학 실패,
당시 피아노가 필수였던 음대에 그의 신체 조건으로는 입학시험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는 하노버대학 법대에 입학했다. 그리고 학교 앞 재즈바에서 노래를 불렀다.
물론 재즈를 불렀다.
그리고 수 많은 클래식 스승들을 만난다.
대부분 CD를 통해서다.
졸업후 은행원으로 생활을 한다.
1988년 30세의 나이에 콩쿨을 통해 데뷔한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의 찬사를 받으며 데뷔했다고 한다.
북독일 방송에서 아나운서와 성우일을 한다.
2003년 43세에 드디어 오페라에 데뷔한다. 그 작고 비정상적인 몸으로 오페라에 출연을 한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녹음을 남겼다.
2000년, 2004년, 2006년 그래미 클래식 성악부분 최고 연주상 수상
현재 한스아이슬러 음악학교의 교수로 재직중이다.
2012년 1월 공식 은퇴.
내가 들은 재즈는 2006년에 발매된 <Watch What Happens> 라는 앨범에 수록된 곡이었다.
맹인 가수 스티비 원더의 <You and I>
몇 달 뒤에 안 사실 하나는 내가 이미 그의 앨범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구스타프 말러의 가곡집인데 표지에 그의 얼굴이 크게 나와있는 앨범이다.
얼굴만 나와 있어서 몰랐다. 그저 독일의 많은 성악가들 가운데 한 명 정도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그의 노래는 따스함이 있다.
그 따스함이란 마치 위로와 같다.
동정심이 전혀 가미되지 않은 위로.
그의 열정도 그렇다.
이성을 잃지 않은 그러나 이성적일 수 없는 열정.
그의 목소리는 편협한 세상에 대한 그의 선물이다.
*아래 영상은 3분 29초짜리 토마스 크바스토프의 재즈앨범 제작 다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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