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테크노, 기괴한 밤>
남자들이 전부 긴 가발을 쓰고 다닌다.
종아리 위까지 올라오는 스타킹을 신고
바지는 몸에 달라붙어 몸매가 드러난다.
소매는 레이스를 달아서 부풀려져있다.
▲안토니오 비발디 Antonio Vivaldi (1678~1741. 사진/네이버 지식백과)
누가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이런 패션이 대중화된 게 유럽의 바로크시대였다.
'비뚤어진 진주'라는 뜻의 포르투갈어가 어원이라고 한다.
16세기 말부터 18세기에 걸쳐 나타난 유럽의 예술 양식을 가리킨다.
도무지,
음악만 들어서는 그 시대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괴이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자신의 모습을 그렇게 치장하는 남자들은
요즘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짙은 색으로 염색을 한 머리와 각종 피어싱,
바로크와 21세기는 묘한 일치감 같은 게 있다.
바로크음악의 장식음들과 R&B의 기교가 달라보이지 않는다.
그때, 가발을 쓴 남자들이 레이스 달린 소매에서 나온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듣던 음악을,
아디다스 트레이닝에 반소매 티셔츠를 입은 검은 머리의 남자가 의자에 기대 앉아 듣고있다.
400년 가까운 시간을 공유하는 느낌이 묘하다.
난 여기에 있는데, 내 머릿속엔 가발을 쓴 남자들이 여럿 모여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바네사 메이Vanessa Mae 버전의 비발디Vivaldi를 듣는다.
드럼 비트가 깔린 테크노 비발디를.
기괴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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