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닌 다른 물체를 이용한 노래, 대가의 연주-이츠하크 펄만 Itzhak Perlman
악기를 연주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소리 나는 물체를 이용해 음악을 만드는 건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악기를 통한 음악은 노래보다 감성적으로 조금 뒤늦게 전달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그건 공감에 이르기까지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하는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때로는 인간의 목소리보다 훨씬 감성적인 악기 연주도 만날 수 있다.
언제나 유머러스하고 장난기 넘치는 이츠하크 펄만Itzhak Perlman은 이스라엘 사람이다.
그는 1945년 8월 31일, 이스라엘이 건국되기 3년 전에 텔아비브Tel Aviv에서 이발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20세기 가장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라고 평가받는 그는 4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하다.
언제나 앉아서 연주해야만 하는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두산백과에서는 '현란한 기교로 유명하며… 오늘날 바이올린의 주요 레퍼토리를 가장 훌륭하게 연주할 수 있는 연주자로 평가받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영상 없이 음악만 들어보면 정말 '손가락이 꼬이고 팔이 안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가 상상된다. 하지만 막상 영상을 보면, 대가들이 늘 그렇듯이, 이츠하크 펄만은 무심하고 편안해 보인다. 다른 평범한 연주자들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그의 연주에서는 연주자를 볼 수 없다. 오직 음악만 남기 때문이다. 지고이네르바이젠Zigeunerweisen은 물론이고 심지어 재즈까지, 어느 자료를 봐도 마찬가지다. 그게 이츠하크 펄만이 대가로 인정받는 이유다.
악기가 자신의 신체 일부인 듯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연주하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성대가 다른 물질로 대체되고 확장되어 노래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기술이 뛰어나면 사람들은 놀라움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그 수준에서는 감동이 쉽지 않다. 서커스가 예술이 되기 어려운 이유가 그런 거다. 기술을 넘어서는 순간 우리는 거기서 아름다움을 보게 되고,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런 수준에서는 기술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직 음악만이 우리와 함께하기 때문이다.
악기를 연주한다는 건, 이츠하크 펄만에게는 '또 하나의 몸을 이용한 노래'와 같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지나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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