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 위대한 뮤지컬 평범한 영화]
뮤지컬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은 내겐 특별한 기억을 남겨준 작품이다.
혁명은 시작되지 않았고 팡틴을 제외하고 아직 아무도 죽지 않았는데,
1막이 끝날 때 나는 울고 있었다.
백성들의 노래가 들리는가? 화가 난 백성들의 노래소리가?
그건, 이제 더 이상은 노예로 살지 않겠다는 백성들의 노래다.
200년 전, 프랑스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털끝 하나 관계 없는 그 먼 곳의, 그 옛 일 때문에,
더구나, 실제로 본 것도 아니고 무대 위의 드라마를 보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린 게 이상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묘한 기시감旣視感.
여러 명이 동시에 너무나 사실적인 꿈을 관찰하고 있는 느낌.
내게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그런 작품이었다.
속도가 조절되는 턴테이블(회전무대)이 공연 내내 돌아가고,
배우는 그 무대 위에서 걸어가며 다른 장소로 이동을 한다.
배우는 제자리에서 걷고 배우의 걸음에 맞춰 세트가 돌아 나온다.
거대한 두 개의 로봇이 마치 영화 트렌스포머에 나오는 거대한 자동차들처럼 변신하며 장면을 바꿨다. 파리의 뒷골목이 순식간에 혁명군의 바리케이트로 변한다.
당시로선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로 연출된 무대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나는 내 삶을 꿈 꿨었던거야
이런 지옥 같은 곳과는 전혀 다른 삶을
지금 이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삶을
이제, 삶이 내가 꿨던 꿈을 죽이고 만거야
엄마처럼 현실과 완전히 반대편 모습의 꿈을 꾸는 소녀 코제트Cosette를 만난다.
구름 위에 성이 있어요.
거기선 아무도 소리지르지 않아요.
흰옷을 입은 숙녀분이 날 안고 자장가를 불러줘요.
그리고 "코제트 널 사랑해"라고 말해줘요.
그리고 끝까지 자신의 '정의'를 따르다가 그 정의가 불의일 수 있다는 걸 깨닫는 자베르Javert를 만난다.
어쩌면 그가 가장 불쌍한 Les Miserables 사람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은 최소한 자신이 당하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으니까,
결국 자베르는 자신의 '정의'를 위해 목숨을 버린다.
'선善'을 지키는 게 그에게는 전부였기 때문이다.
사랑하고, 사랑을 지키고, 또 사랑을 숨기는 사람들.
수 없이 많은 아름다운 아리아들로 가득한 뮤지컬 레미제라블.
영화는 아쉬운 점이 많이 드러났지만 ,
원작의 위대함 덕분에 그 결점이 가려진 것 같다.
너무 비현실적이고 부자연스러운 죄수들의 첫 장면,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이 잘려나간 바리케이트 장면에서의 보석같은 합창곡, 평범한 목소리와 연기로 매력 없는 에포닌Eponine을 만들어버린 사만다 바크스Samantha Barks, 뮤지컬에서 그토록 유쾌했던, 그래서 악역임에도 모두의 박수를 받았던 캐릭터였으나 원작의 장점을 완전히 제거한 테나르디에Thenardiers부부, 이 배역을 사양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만큼 지나치게 부족했던 러셀 크로우Russell Crowe의 노래 등등 단점이 유난히 많이 보였던 건 역시 기대가 컸기때문일까?
하지만 어떤 캐스팅보다 아름다웠던 팡틴의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와 코제트의 아만다 사이프리드Amanda Seyfried,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더 빛이 났던 장발장의 휴 잭맨Hugh Jackman 등이 그 단점을 가리고도 남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유명한 배우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던 뮤지컬 무대가 여전히 그리운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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