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에서 수유하는 마음>
카페에서 아기에게 젖먹이다가 '날벼락'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봤다.
호주에서 벌어진 일이다.
리건 매슈스라는 여성이 시드니의 한 카페에서 자신의 9개월 된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
그런데 종업원이 다가와서는 경영방침을 이유로 모유수유를 하지 말아달라고 했던 것이다.
이에 매슈스는 그런 종업원의 태도는 '불법'이라고 알려줬다.
그러자 카페의 여주인이 나타나 '불쾌한(offensive)행동'을 중지해 달라고 했고,
매슈스는 합법적인 자신의 행위가 불쾌한지 주변에 있던 4명의 손님에게 물었다.
아무도 불쾌하다는 사람이 없자 카페의 여주인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며
'인간성에 대한 모욕(offence to humanity)'이라고 비난했다.
매슈스는 집에 돌아가서 온라인에 이 사실을 알렸고 카페주인의 행동을 비난하는 댓글이 수 백개가 달렸다.
당연한 일인지 모르지만 수 많은 '엄마'들이 그 카페 앞에서 시위를 하기도 했다.
결국 여주인은 자신의 행동을 깊이 뉘우치고 있으며 사과한다는 글을 남겼다.
재미있는 건 이 기사에 달린 우리나라 사람들의 댓글이다.
찬반 양론이 비슷하다.
공공장소에서의 수유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은 대개 모유수유가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일이라는 주장이고,
반대하는 입장은, 공공장소에서 모유수유하는 게 제정신이 아니라는 표현부터 노출이 문제라는 얘기까지 다양하다.
댓글 사이에 욕설이 난무하고 서로 상대 주장에 대해 비하하는 글들이 많다.
반대하는 입장을 들여다보면 공공질서를 기준으로 얘기를 한다.
표현은 조금씩 달라도 '여자가 공공장소에서 젖가슴을 드러내는 게 문제'라는 얘기다.
만일, 어떤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젖가슴을 드러낸다면,
그건 성적인 표현으로 느껴질 수 있고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많지만)
대중들이 불쾌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노출을 규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렇게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젖가슴을 드러내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얘기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아마도, 대다수의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젖가슴을 드러내는 일이 쉽지 않을 뿐더러
꼭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해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피하게 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2시간마다 젖을 찾는 자신의 아이를 위해 노출을 감행하는 건 어떤 마음일까?
죽을 것 같은 고통을 감수하고도 아이를 낳기 위해 임신을 거듭하는 여성의 심리를 생각해보자.
출산 이후 그 고통을 잊게 하는 호르몬이 나오기 때문에
많은 엄마들이 출산의 고통을 잊고 새로 임신을 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설명만으로는 왠지 부족하다.
약간의 도파민과 엔돌핀이 세로토닌과 함께 분비되면 인간이 바보가 되는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출산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아이를 잉태하는 행위는 우리의 본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동이며 과정인 것이다.
그 본성이 고통을 넘어서 다시 잉태하고 출산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것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자신이 느낄 수 있는 사회적인 수치심을 뛰어넘는 모성애가
공공장소에서 배고픈 아이에게 젖을 물릴 수 있게 하는 건 아닐까?
얼마전에 TV에서 한 유명 연예인이 병원에서 자신의 아이에게 젖을 물린 '사건'을 얘기하는 걸 봤다.
'간호사들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너무 당황하더라'라며 자신은 그 행위가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를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간호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사는 것 같다.
불쾌하게 느낄 수 있는 다른 사람까지 배려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그 배려가 반대편에서도 작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건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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