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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임신, 출산, 육아

자연주의 출산 Natural Birthing, 가족과 함께하는 '고요한 탄생'



자연주의 출산 Natural Birthing, 가족과 함께하는 '고요한 탄생'


자연주의 출산이라고 하면 여러 가지를 떠올리게 된다. 수중분만과 최면분만 등 최근 연예인들이 경험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일반적으로 자연주의 출산을 수중분만과 같은 것으로 이해하거나 특별한 시설을 갖춘 자연주의 출산 전문 병원에서만 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보가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자연주의 출산이 마치 원시시대의 출산처럼 '그냥 낳는 것'이 아닐까 하는 오해까지도 갖게 한다.


웹서핑을 해보면 실제로 자신의 경험담을 다양한 각도에서 주관적으로 서술해 놓은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처음 자연주의 출산을 접하는 사람에겐 정확한 정의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더구나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에서도 자연주의 출산에 대한 정의를 찾을 수가 없다.


수중분만 후 물 밖으로 아기를 꺼내는 장면 사진

사진출처 http://www.nuovascintilla.com


그렇다면 자연주의 출산이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


병원에서 시행하는 '자연분만'과 '자연주의 출산'을 구분 짓는 건 '출산의 주체가 누구냐'이다.

분만delivery은 그야말로 의료행위다. 즉 의사나 간호사 등의 의료진이 산모로부터 아이를 꺼내는 행위를 의미한다. 한자어인 분만分娩 역시 '아이를 몸 밖으로 나오게 한다'는, 의료진이 주체가 되는 행위임을 알 수 있다. 즉 자연분만이란 수술을 하지 않고 아이를 몸 밖으로 꺼내는 행위를 뜻하는 의료언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자연주의 출산natural birthing은 이와 달리 산모와 아기를 주체로 하고 있다. 물론 자연주의 출산을 연구한 전문가들이 영어 단어를 이런 기준으로 구분한 것이지만 이것이 시사하는 것은 중요하다.


우선 알아야 할 것은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자연분만'에 대한 부자연스러움이다.

제모, 관장, 회음부 절개. 이 세 가지는 '산모 3대 굴욕'이라는 말로 널리 알려져있다.

진통제, 촉진제. 이 두 가지는 제왕절개뿐 아니라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거의 모든 분만에 사용된다.


차갑고 긴장된 분위기의 일반 병원 분만실 사진

사진출처 http://www.flickr.com


제모, 관장, 회음부 절개는 '자연주의 출산'을 하는 사람에겐 필요없는 행위다. 이 세 가지 모두 사실은 의료진의 편의를 위한 조치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인간뿐만 아니라 어느 동물도 '새끼'를 낳기 위해 제모를 하지 않는다. 병원에서는 감염의 위험 때문이라고 얘기하지만 사실 제모를 하지 않아서 신생아나 산모가 감염되었다는 건 어느 논문에 있는지도 모를 얘기다. 오히려 제모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상처 때문에 감염의 위험이 증가하지 않을까 염려된다면 의사들은 뭐라고 대답할까?


관장 역시 마찬가지다. 임산부의 몸은 출산하기 전에 저절로 배변을 하게 된다. 그게 자연스러운 생리작용이다. 만일 충분히 배변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큰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출산과정에서 배변이 된다면 그건 아기가 밖으로 나오기 전일 가능성이 대부분이고 그렇기 때문에 깔끔하게 치울 시간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이 역시 의료진의 편의를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회음부 절개는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어느 산모가 회음부를 절개하는 행위를 이해할 수 없어서 의사에게 질문을 했다.


"회음부 절개를 꼭 해야 하나요?"


의사의 답변이 가관이다.


"그 작은 구멍으로 커다란 아이가 나오는 데, 절개를 안 하면 다 찢어지고 난리가 날 거 아니에요."


실제 있었던 일이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세상의 모든 포유류가 '작은 구멍'으로 '커다란'새끼를 낳지만, 어느 종도 회음부를 칼로 절개하지 않는다.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고 자연주의 출산을 한 사람들은 전부 인간도 포유류도 아니란 말인가?

(이 세상엔 상식적이고 총명한 의사도 상당히 많다. 분명히 이런 부류의 의사들은 정말 극소수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부의 이런 의사를 만나는 환자들도 상당수가 있다는 걸 분명히 하고 싶다. 그 환자들은 자신의 생명을 그런 의사들에게 맡기게 된다. 그래서 의사는 철저한 직업의식이 필요한 거다.)


충분히 준비하고 자연주의 출산을 한 산모의 대부분은 회음부에 열상이 생기지 않는다. 아기가 나올만큼 부드럽게 이완되어 충분히 넓어지기 때문이다. 적은 경우지만 열상이 생겨도 소독하고 좌욕을 꾸준히 해주면 저절로 아문다. 


이번엔 약물 사용에 대해 알아보자.


진통제는 임산부의 통증을 줄여주는 약물이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아주 이상한 배합이 바로 '촉진제'와 '진통제'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촉진제는 말 그대로 분만을 촉진하는 약이다. 분만을 촉진한다는 건, 자궁을 수축시킨다는 얘기다. 자궁이 수축되면서 아기가 산도를 따라 엄마의 몸 아래쪽으로 내려오게 된다. 

자궁을 수축하도록 하는 건 근육이다. 자궁을 둘러싼 근육이 강하게 수축하면서 아기가 움직이게 된다. 촉진제는 이 근육의 수축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자궁근육이 수축하면 산모는 강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생리통과 원리가 같다. 그러니까 촉진제는 통증을 유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얘기다. 


촉진제로 아기가 빨리 내려오도록 하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증을 줄이기 위해 진통제를 사용한다. 무통분만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이 바로 이 과정을 얘기하는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이 약물들도 산모와 아이를 위한 게 아니다. 더구나 진통제로 감각을 무디게 만들고 나면 그 통증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진통제의 효과가 사라질 때까지 강도는 덜하지만 기분 나쁜 통증은 오래도록 지속된다. 더구나 감각이 사라지면서 힘을 줘야할 때 제대로 힘을 줄 수 없어서 진통시간이 더 길어진다. 이 과정이 길어지면 결과적으로 수술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까지 가기도 하는 것이다. 게다가 산모의 회복시간이 늦어진다.


이 외에도 불필요한 내진, 너무 빨리 탯줄 자르기, 출산 직후 아기와 엄마의 이별, 등등 병원에서 출산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너무나 많다.


병원에서 태어난 아기가 탯줄에 겸자를 단채로 의사에 의해 공중에 들려져서 울고 있다.

사진출처 http://www.trust.org


자연주의 출산이란 이와 같은 의료개입이 전혀 없는 출산을 의미한다.

자연주의 출산 전문 병원이란 만일의 위험에 대비해 의료진이 대기하는 병원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자연주의 출산은 의료진이 필요없는 출산이란 얘기다. 그런데 이 부분이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과연 의료진 없이 출산을 안전하게 할 수 있을까?



전체 산모의 95%는 자연주의 출산이 가능하다. 나머지 5% 중에서도 4% 정도는 사전에 충분한 조치를 취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단 1%의 산모만이 자연주의 출산이 어렵다는 얘기다. 


임산부는 임신을 확인하고 나면 병원에 정기적으로 다니면서 자신과 태아의 상태를 점검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자연주의 출산이 가능한지 알 수 있다. 다만 만일의 사태에 대한 염려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의료진이 대기하는 방법을 찾으면 될 것이다.


가정에서 조산사와 함께하는 것도 가능하고 조산원에서 출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공부를 충분히 한다면 자신의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출산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수중분만 하는 모습

사진출처 http://www.tumblr.com


비용은?

실제로 TV에서 소개되는 것처럼 시설을 갖춘 고급 병원의 비용은 결코 만만치 않다. 그러나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충분히 알고 준비를 할 수 있다면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 '가족이 함께하는 고요한 탄생'을 경험할 수 있다.


안전과 비용은 사실 마지막 점검사항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주의 출산으로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먼저 얘기할 것은 역시 아이의 정서적인 안정감이다. 

아이는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9개월 간 살던 좁고 어두운 곳에서 갑자기, 예고도 없이, 밝고 넓은 낯선 곳을 체험하게 된다. 인간은 누구나 탄생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탄생 자체가 주는 충격이 엄청나다는 얘기다. 


이렇듯 큰 충격을 완화해 주는 건 당연히 엄마라는 존재다. 

아이가 태어난 직후 바로 탯줄을 자르지 않고 태동이 계속되는 동안 그대로 놔둔다. 그리고 엄마품에 안겨 젖을 빨수 있도록 해준다. 아이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상태에서 엄마의 젖꼭지를 찾아낸다. 그렇게 태어난 직후에 모유를 경험한 아이는 엄마와의 정서적 유대가 강해진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고요하게 출산을 하면 아이는 울지 않는다. 아이가 태어나면 당연히 울어야한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고정관념이다. 단 한번, 호흡을 위해 소리를 내는 것을 제외하고 아이는 울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또, 대부분 자연주의 출산을 한 산모는 회복속도가 빠르고 산후풍과 산후 우울증을 겪지 않는다. 게다가 모유수유 성공률이 아주 높다.


수중분만 이미지

사진출처 http://mamma.pourfemme.it


르봐이예, 라마즈, 소프롤로, 히프노 등등 자연주의 출산과 관련된 기술이 여러 가지 소개되어있다. 모두 호흡이나 자가최면을 통해 통증을 줄이고 자궁의 근육을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법들이다. 진통제와는 완전히 다른 방법이다. 통증이 확실히 줄어들거나 거의 느끼지 못한다. 물론 미리 충분히 공부하고 연습하는 과정이 필수다.



어느 게 최선인지는 각자 결정할 문제다. 



그러나 최소한 새로운 생명을 만나는 일이 자존감과 존엄성을 잃는 과정이어서는 안될 것이다. 더구나 태어나는 아이가 처음 만나는 환경이 낯설고 소란스러운 곳이 아니라 평생을 함께할 사랑하는 가족들의 보금자리라면 훨씬 바람직하지 않을까?


수중분만 - 아기가 물 속에 보이고 아빠가 그 아기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출처 http://mynaturalchildbirth.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