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연주의/임신, 출산, 육아

영아산통, 배앓이 약이 없다구요?



<영아산통, 배앓이. 약이 없다구요?>


1편, <영아산통, 배앓이를 겪어 보셨나요?> 바로가기

관련글 <몸에 붙여 키워라> 바로가기


<3>

의사도 모르고 할머니들도 모르는 이 민간요법은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미국인 간호사로부터 시작된다.

그녀의 이름은 Roshan Kaderali,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태어났고 스코틀랜드에서 성장한 뒤 미국에서 35년 이상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세 아이의 엄마이며 간호사이자 수유 컨설턴트이고 둘라(doula, 조산사)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났지만 백인이다.

생강과 허브(회향, 펜넬 fennel)를 주 원료로 만든 Gripe Water라는 이름의 이 액체는, 처음 개발한 뒤 미국 시장에서는 판매가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강력한 FDA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약은 FDA승인을 받았고 미국 전역에서 판매되어, 많은 의사와 엄마들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상은 마미스 블리스 홈페이지(http://www.mommysbliss.com)에서 얻은 정보다.


마미스 블리스 종이 상자 사진


그런데, 과연 효과가 있을까?


부작용은 없을까?

그렇다면 어디서 구입할 수 있나?


한참을 뒤져서 찾아낸 결과는, 안전하고 효과적이지만 한국에서는 공식적으로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찌됐던 일단은 약을 구해야했다.

당장 뭐라도 해서 아이를 안정시켜야했다.

국내 유명 포털에서 검색을 해보니 해외 구매 대행을 하는 사람이 몇 명 있었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최대 15일.

우리는 그렇게 기다릴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중고나라에 몇 건이 올라와 있었다.

동병상련. 자신의 아이가 겪은 고통을 다른 사람의 아이도 겪고 있을 거라 생각한 고마운 사람들이

쓰고 남은 약을 중고나라에 올렸던 거다. 

이 약은 병에 밀봉되어있어서 개봉하지 않으면 꽤 오래,(병마다 유통기한이 적혀있다) 개봉하면 6주 이내에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렇게 2병을 구했다.

두 가지 포장으로 판매하는데 2개 들이 포장은 $23.98, 한 병이 들어있는 작은 포장은 $11.99가 정가다.

용량 4온스는 약 113그램이다.

2주에서 1개월 사이의 아기에게는 한 번에 1/2티스푼(2.5ml), 1개월 이상 6개월까지는  1티스푼(5ml)을 먹인다.

투여량은 24시간에 최대 6회 이하로 권장하고 있다.

매일 하루 6번씩 투여한다고 계산하면 한 병당 대략 한 달 정도를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다.

6개월 이상의 아기에게는 2티스푼(10ml)을 성인은 2테이블스푼(30ml)을 적정용량으로 권장하고 있다.

성인에게도 효과가 있다고한다.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내용을 살펴봤다.


마미스 블리스 성분 표시


Calories 열량(칼로리), Sodium 나트륨, Total Carbohydrate 탄수화물, 

Sugar 설탕

유기농 생강 (Zingiber officinale) 뿌리

유기농 회향(펜넬) (Foeniculum vulgare) 


병에 붙어 있는 성분표에 나와있는 내용이다.

중요한 내용물은 생강펜넬이다. 두 가지 모두 소량이 들어있다.

이건 약이라기 보다 허브차에 가깝다.

생강과 펜넬을 넣고 끓인 물에 설탕을 타서 먹는 거라고 할까?

아무튼 그 이외의 다른 첨가물이 없다.

일단은 안심이 되는 내용이다.

하지만 태어난지 2달도 되지 않은 신생아에게 먹여도 될까?

몸무게가 5kg도 나가지 않는 아기에게 5ml라면 어른에겐 50ml,

양은 그렇게 많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생강과 펜넬을 백과사전에서 검색해봤다.


먼저 생강이다.

한방에서는 건위·산한(散寒)·진구(鎭嘔))·신진대사 기능의 항진 등에 효능이 있다 하여, 소화불량·위한(胃寒)·창만(脹滿)·감모한풍(感冒寒風)·천해(喘咳)·풍습비통(風濕痺痛)·설사·구토 등에 치료제로 쓰인다. 민간에서는 감기에 생강을 달인 차를 마시기도 한다.

출처 한민족문화대백과

소화불량에 쓰인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종자는 회향자(茴香子)라고 하며 약으로 이용한다. 과실에는 정유성분이 많은데 그 주성분은 아네톨로서 50~60%를 차지한다. 약효는 고환염·고환종통·하복부냉감·유뇨·협통·요통·각기·만성기관지염 등에 응용된다.

출처 한민족문화대백과


펜넬은 회향茴香이라는 이름으로 한방에서 사용하는 약재다. 주로 씨를 사용한다고 한다. 고기와 생선의 맛이 변할 때 회향을 넣으면 맛이 돌아온다고 해서 회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천연방부제이며 염증 치료제다.


이런 내용만으로는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다. 다만 어린 아이에게 먹여도 될까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부분은 소아과 의사와 상의를 해야하는 걸까?

하지만 1부에서 얘기했듯이 소아과 의사들도 대부분 이 약의 정체를 모른다.

영아 산통이라는 병명조차 모르는 의사도 꽤나 많다.

한심하지만 사실이다.


어떤 엄마가 병원에서 겪은 일이다. 


의사들이 자꾸 이상한 검사를 하길래 본인이 인터넷에서 검색한 걸 얘기했다고 한다.

"혹시, 영아산통 아닐까요? 제가 검색을 해봤거든요."

그 말을 들은 소아 응급실 의사 2명이 컴퓨터 앞에 앉아 뭔가를 찾더란다. 그 엄마는 어깨 너머로 슬쩍봤다.

모니터에는 '네이버'검색창이 떠 있었다고 한다.

"네, 영아산통인 것 같네요."

2분만에 의사가 던진 말씀이다.

그리고 그 엄마는 응급진료비 7만원을 계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물론 처방도 치료도 없이 말이다.


나는 많은 전문의들을 신뢰한다.

하지만 전체를 다 믿지는 못하겠다.

그들도 학교와 병원에서 듣고 배운 게 전부니까

무슨 신이라도 된 것처럼 굴어서는 곤란한 일이다.

그런데 그들은 마치 그렇게 행동하도록 교육을 받는 것 같다.

대체로 다 그런식인 걸 보면 말이다.


아무튼, 이 약에 대해 소아과 의사와 상의를 할 수는 없다.

믿을 수 있는 의사인지 아닌지를 점검해 가며 대화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인터넷에 떠있는 사용기를 찾아보고,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현지 사정을 알아봐 달라고 하는 게 전부였다.


미국 병원에서는 이 약을 처방한다.

처방전을 발급해서 약국에서 구매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이런 종류의 약이 몇 가지 시판중이기 때문에 의사들은 영아산통이 의심되면 이런 처방을 준다는 얘기다.

"생강 펜넬차 한 모금 먹여 보세요. 수퍼마켓에 가면 살 수 있습니다."

미국의 가정엔 거의 이 약을 상비약으로 가지고 있단다.

효과를 본 엄마들이 대단히 많다.

부작용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다만 너무 작용이 빨라서 걱정이 된다거나, 반대로 별로 효과가 빠르지 않아서 언제 먹이는 게 좋을지 고민하는 내용은 있다.


이정도라면 내 아이에게 먹여봐도 괜찮겠다.

아내와 나는 아주 조금, 그리고 적은 횟수를 먹이기로 약속하고 이 약을 개봉했다.

그리고 먼저 맛을 봤다.

달콤하다. 향이 난다. 역하지 않고 자극적이지도 않다.

병 뚜껑에 달린 스포이드로 양을 조절해서 티스푼에 옮겼다.

태어나서 엄마 젖만 먹던 녀석에게 최초로 먹이는 외부음식이다.

반응이 어떨까? 조금 긴장이 된다.

아이 입에 티스푼을 살짝 댔더니 맛을 본다.
울음을 그치고 맛을 음미하는 듯한 표정을 보인다.
그대로 티스푼에 있는 약을 천천히 입 안으로 흘려줬다.
맛있어 하는 게 틀림 없다.
작은 입술을 달싹이며 약을 전부 삼켰다.
그리고 10초 정도, 고요해졌다.

"이게 무슨 일이람?"

너무 빠른 작용에 갑자기 의심이 생긴다.

아이는 달콤한 맛에 기분이 좋아진 것 같다. 그리고 안정을 찾는다. 


물론 이 약 한 스푼으로 치료가 되는 건 아니다.

불편한 속을 조금 편하게 해주고 달콤한 맛으로 기분을 돌려주는 게 이 약의 효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우리는 이틀에 한 번 정도는 이 약을 사용하고 있다.

배를 마사지도 해주고, 자전거타기 자세로 다리 운동을 시켜서 가스를 배출시켜주기도 하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을 때,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고 괴로워할 때,

가능한 적은 횟수로 투여하며 평화로워진 아이의 숨소리에 감사하고 있다.


***


이 제품 이외에도 Wellments Organic Gripe Water, Colic-Calm Homeopathic Gripe Water, Woodward's Gripe Water 등등의 제품이 많이 있습니다.

사용해 본 게 한가지 밖에 없어서 마치 이 제품을 광고하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필요한 분들이 최대한 공정한 정보를 얻어가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좀 자세하게 다뤘습니다.

다른 제품들도 혹시 사용해 보신 분이 계시면 댓글이나 트랙백을 통해 

많은 분들과 정보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편, <영아산통, 배앓이를 겪어 보셨나요?> 바로가기

관련글 <몸에 붙여 키워라>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