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usic AND/음악 이야기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La Traviata, G. Verdi> - 안녕 지난날이여, <Addio del passato>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La Traviata, G. Verdi> - 안녕 지난날이여, <Addio del passato> 


노래 한 곡을 완벽하게 연주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물론 감동을 받는 데는 완벽한 연주가 꼭 필수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거의' 완벽에 가까운 연주를 남긴 전설 속 대가들이 남긴 목소리를 듣다 보면, 완벽한 음악에 대한 욕구가 슬그머니 살아나고,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들-그러니까 '거의' 보다 조금 못 미치는 완벽의 수준으로 노래하는 사람들의 음악에서는 가끔씩 정서불안과 욕구불만이 느껴지고 심해지면 신경증을 유발하는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아주 가끔 있는 일이지만,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생기다 보면 순수하게 음악을 듣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보자면, 폴 포츠Paul Potts가 허름한 양복을 입고 오디션 프로그램 무대에서 부른 <Nessun Dorma-공주는 잠 못 들고>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몇 개월 뒤 그가 오프라 윈프리 쇼Oprah Winfrey Show에서 연미복을 입고 같은 노래를 부를 때는, 안타깝게도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감동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과 비슷한, 실망과 절망 중간쯤의 일이 벌어진다.


그러니까 완벽한 연주라는 건 정확히 어떤 요소가 만들어내는 건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주 많은 부분이 이미 알려진 요소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Addio del passato 악보


이미 관객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시점에서 비올레타가 부르는 이 노래 <Addio del passato-안녕 지난날이여>는 그야말로 가슴을 후벼 파는 '날카로운 감정적 칼날'을 무자비하게 휘두른다. 


완벽한 사랑을 찾아냈고, 온전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된 그녀에게 선택은 이별뿐이다. 사랑은 하나 됨인데 사랑 때문에 이별을 해야 하는 건, 순수한 사랑때문에 과거를 청산한 그녀에게는 그야말로 최악의 결말이 된다. 게다가 사랑을 떼어놓기 위해 거짓말까지 하고 그녀는 홀로 외로이 죽음을 기다린다. 하필 그 마지막의 순간에 떠난 사랑이 비올레타의 진실을 알아내고 편지를 보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는 죽음을 직감하며 노래한다. 안녕, 지난날들이여.



[가사]

Addio, del passato bei sogni ridenti, le rose del volto gìa sono pallenti,

l'amore d'Alfredo per fino mi manca, confronto, sostegno dell'anima stanca;

ah, della traviata sorridi al desìo; a lei deh, perdona; tu accogliia, o Dio, or tutto finì.


Le gioie, i dolori tra poco avran fine, la tomba ai mortali di tutto è confine!

Non lagrima o fiore averà la mia fossa! Non croce col nome che copra quest'ossa!

Ah, della traviata sorridi al desio; a lei, deh, perdona; tu accoglila, o Dio. or tutto fini!


안녕, 지난날의 아름답고 즐거웠던 꿈이여,

장미 빛 얼굴도 아주 창백해지고,

알프레도의 사랑조차 지금 내게는 없다.

지쳐 빠진 영혼을 뒷받침하고 격려해 줄 터인데;

아, 윤락녀의 소원에 미소를 보여 주세요;

이 여자를 용서하고, 받아 주십시오, 하느님,

이제 모든 것은 끝입니다.


기쁨도 괴로움도 곧 마지막을 알리고,

무덤은 인간에게 모든 것의 경계(境界)이건만!

내 무덤구덩이는 눈물도 꽃도 갖지 못했다!

내 죽음을 덮을 이름이 새겨진 묘비도 없을 테지요!

아, 윤락녀의 소원에 미소를 보여 주세요;

이 여자를 용서하고, 받아 주십시오, 하느님.

이제 모든 것은 끝입니다!

-출처: 네이버 캐스트 [내 마음의 아리아]


많은 대가들이 있고 그보다 더 많은 녹음이 남아있지만 아무리 들어봐도 중간에 실망을 하게 된다.


너무 소녀 같아서 : 세파에 시달린 여인이라기엔

너무 뚱뚱해서 : 인신공격 같아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사랑에 빠지기 어려워 보일 만큼 매력이 느껴지지 않아서 공감이 저만큼 사라지니까 (실제로 초연 때 이런 비판이 있었다고 한다) 

너무 연기에 치중해서 : 노래의 긴 프레이즈가 헐떡이는 숨소리 때문에 끊기고 만다.

너무 건강한 목소리라서 : 폐병에 걸린 사람이 노래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만, 그렇다고 어차피 하는 노래라고 소리를 지르는 건…

음정이 불안해서 : 뭐 말할 것도 없지 않을까?


다른 오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라트라비아타La Traviata비올레타Violetta가 부르는 <Addio del passato-안녕 지난날이여>는 유난히 어려운 아리아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유명하다는 소프라노들의 노래를 찾아서 들어봐도 중간쯤 되면 벌써 음정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형식이나 드라마가 대중적인 편이지만 이 노래만큼 부르기 어려운 아리아도 드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정확한 음정으로 노래하는 대가들의 자료도 분명히 있다)


이럴 때,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되는 건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다. 그녀의 목소리가 남아 있다는 게 그나마 위로가 된다. 마지막 음정이 조금 낮게 시작해서 불안하긴 하다. 

두 번째 영상의 안나 네트렙코Anna Netrebko가 연기한 장면은 2005년 잘츠부르크 음악제Salzburger Festspiel실황이다. 눈에 띄는 미모와 연기력에, 아름다운 무대와 미래 감각적인 연출까지 더해져서 아슬아슬한 음정이 가려진다. 물론 감동적인 연기와 노래임에는 틀림없다. 



비극을 암시하는 노래, 토스카 Tosca - 별은 빛나건만 E lucevan le stelle

Di provenza il mar, il suol -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La Traviata, G. Verdi>

남몰래 흐르는 눈물 Una Furtiva Lagrima, 탈리아비니 Ferrucio Tagliavini, 골동품처럼 빛나는 목소리

마리아 칼라스 Maria Callas, Casta Diva 여신이 된 가수

La ci darem la mano - 오페라 <돈 조반니 Don Giovanni, K.527>

토마스 크바스토프 Thomas Quastho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