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델 Händel - Ombra mai fu, 평안을 주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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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델 Händel - Ombra mai fu, 평안을 주는 음악

감정을 북돋아 주는 음악이 있다. 인류는 사랑, 열정, 기쁨, 많은 감정을 노래했다.

감정과 음악은 경험적으로 분명한 관계를 갖고 있지만, 그 작용과정은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

감정이 극소량의 호르몬에 의한 작용이라는 건 밝혀졌다. 몸 전체에 비하면 측정하기조차 어려울 만큼의 적은 화학물질이 분비되어 뇌에 작용한다. 그리고 인간은 그 화학물질이 만들어내는 감각을 느끼고 거기에 굴복한다.

아주 가끔은 감정을 다루기도 하지만 대체로 인간은 감정에 휩싸이고 지배받는다.

때문에 명상과 기도를 통해 크고 작은 감정들을 잠재우는 방법을 찾아내고 그곳에서 감정을 떠난 영적 만족을 얻기도 한다.

그런데, 모든 감정을 잠잠하게 만들어주는 음악도 있다. 

어떤 사람은 하드락을 들으면서, 어떤 사람은 포크 음악을 들으면서 스스로의 감정이 잦아드는 걸 경험한다.

개인적인 차이가 분명한 이런 음악과 감정의 관계에서, 특별하게도 대부분의 사람에게 같은 방식으로 작용하는 음악도 있다.

이탈리아어 제목의 아리아 Ombra mai fu는 '나무 그늘이여'로 알려져있다.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Xerxes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동명의 오페라 <Xerxes>(이탈리아어로 Serse)는 헨델Georg Friedrich Händel의 작품이다. 독일인인 헨델은 영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그곳에 정착해서 작품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탈리아어로 된 오페라 Serse의 주인공 크세르크세스 1세의 역할은 원래 카스트라토castrato(거세한 남자 가수)를 위한 배역이었다. 카스트라토가 사라진 현재는 카운터테너counter tenor(가성으로 여성의 음역을 노래하는 남성-테너)가 노래한다. 위대하고 잔인한 전사로 알려진 인물이 무대에서는 여성의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 것이다.

현대적인 드라마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위대한 전사의 사랑을 소재로 한 이 오페라는 다른 바로크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다소 지루하다. 

이 노래 Ombra mai fu는 가사가 아주 짧고, 몇 번을 반복한다.

Ombra mai fu

di vegetabile

cara ed amabile,

soave più

3분 이상을 연주하는 이 노래의 가사 전부다.

그리운,

사랑스럽고 다정한 나무그늘,

예전엔 이렇게 아늑하지 않았지.

아리아 앞에는 2배 길이의 가사로 만들어진 레시타티보recitativo가 있다.

복잡한 관계로 얽힌 사랑의 이야기 속에서 이 노래는 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가사로 어지러움을 유발하고 만다.

그런데, 이렇게 앞 뒤가 맞지 않는 드라마와 가사, 그리고 사실성이 전혀 없는 인물이 나타나서 부르는 이 노래는 듣는 사람을 평화롭게 만들어준다. 감정을 리셋하는 이 아름다운 바로크음악은 1738년 만들어져서 2014년-현재까지 근 300년 동안 인류에게 평화를 들려줬다.

논리와 현실적인 감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음악의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관련글]

▶La ci darem la mano 오페라 <돈 조반니 Don Giovanni, K.527>

▶모차르트 Mozart 교향곡 40번 G단조 K.555, 귀 기울이면 들리는 그 불길한 분주함.

▶바로크, 테크노, 기괴한 밤

▶마리아 칼라스 Maria Callas, Casta Diva 여신이 된 가수

▶남몰래 흐르는 눈물 Una Furtiva Lagrima, 탈리아비니 Ferrucio Tagliavini, 골동품처럼 빛나는 목소리

▶비극을 암시하는 노래, 토스카 Tosca - 별은 빛나건만 E lucevan le stelle

*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Andreas Scholl의 연주

*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Cecilia Bartoli의 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