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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외삼촌



<외삼촌>


내겐 세 분의 외삼촌이 있다.

어머니의 남자 형제들.

모두 동생들이다.


한참을 보지 못한 큰 외삼촌과, 돌아가신 둘째 삼촌을 건너뛰고 오늘은 막내 삼촌을 이야기하려 한다.

거의 10년 만에 찾아갔다. 사실 '찾아갔다'고 말을 하려면, 처음이라고 하는 게 맞는 말이다.

삼촌이 우리를 방문하는 게 당연하다 여긴 건 아닌데,

삼촌은 늘 우리를 찾아 주셨고, 나는...

처음이었다.

그러니까 30여 년 만의 첫 방문.


늘 만나면 빼먹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내가 돌 사진을 찍을 무렵,

삼촌의 손바닥 위에서 중심을 잡고 아주 오래오래 서 있었다는 이야기다.

나는 전혀 기억할 수도 없는 거의 40년이 다 된 옛이야기.

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삼촌은 그 장면이 또렷하시단다.

20대 청년이 조카를 손바닥에 태우고 놀던 그 장면이...


그렇게 어떤 한순간을 누군가는 기억하고,

누군가는 잊고,

누군가는 아예 기억에 담지도 못하는 거다.


삼촌은 70이 훨씬 넘어서도 일을 하셔야만 하는 운명이다.

복잡하고 힘들고 눈물겨운 가족사,

그 중심에서 쓰러지지 않으려고 여태 중심 잡고 서 계시는 분이다.


오랜 옛날,

사진관, 짜장면집,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는 온갖 직업을 전전하시며

경제적인 자유를 향해 뛰어다니셨던 삼촌,


큼지막한 다이어리를 꺼내서 뭔가를 찾아내신다.

몇 년 전,

아버지 학교에서 아내에게 쓴 편지란다.

A4 두 장 분량의 프린트된 종이.

외숙모는 옆에서 말리고 삼촌은 꿋꿋하게 읽어가신다.


눈물이 보인다.

삼촌에게서, 외숙모에게서,

듣는 나에게서,


눈물 때문에, 낭송은 중간에 멈췼다.

그 종이를 빼앗듯이 얻어온다.


최신 스마트폰을 쓰시고, 

무전기 앱으로 손자와 의사소통을 하신다는,

도저히 70대 노인으로 볼 수 없는 육체와 정신의 소유자.

그분이 내게 무전기 앱 사용법을 알려주시고는

'예전처럼 살지 말자'

한 마디 던져주신다.


그리고 깊은 포옹.

아버지 학교에서 배운 깊은 포옹으로 우리는 예전과는 다른 이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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