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몰래 흐르는 눈물 Una Furtiva Lagrima, 탈리아비니 Ferrucio Tagliavini
오래전 일이다.
값이 싸서 산 CD에 모르는 이름이 잔뜩 들어 있었다.
국산 레이블도 아니고 유명 레이블은 더욱 아니었다.
알 수 없는, 아마도 이탈리아 레이블이었던 것 같다.
음질은 최악이었다.
거의 대부분이 모노Mono로 녹음된, 1950년대 이전의 레코딩이었다.
그래도 귀에 익은 노래가 몇 곡 있어서 끝까지 듣기는 했다.
하지만 선명하고 화려한 스테레오음질에 익숙한 귀로 그런 음악을 듣는 건 쉽지 않았다.
한 번을 듣고 어딘가 던져놓았다.
20년 가까이 시간이 지나고,
이삿짐을 정리하다 구석에서 발견한 그 CD는 여전히 낯설었다.
엔리코 카루소Enrico Caruso, 베니아미노 질리Beniamino Gigli, 마리오 델 모나코Mario del Monaco 같은 유명 성악가의 이름이 보였다.
그때는 몰랐던 대가들의 이름.
그 이름에 호기심이 발동해서 다시 한 번 CD를 틀어봤다.
노이즈가 심하게 들린다.
오케스트라는 장난감 악기를 연주하는 것 같다.
몇 곡을 듣고 다시 이삿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삿짐 정리용 배경음악으로는 왠지 어울리지 않지만,
남몰래 흐르는 눈물Una Furtiva Lagrima이 시작되었다.
당신 눈에서 흐르는 한 줄기 외로운 눈물
기존에 들어왔던 여린 P 와는 완전히 다른,
그야말로 슬픈 숨결처럼 가녀리게 흘러나오는 PPP 였다.
마치 여자가 노래하듯, 가볍고 부드럽게, 가늘고 여린 목소리로 시작하는 페루치오 탈리아비니Ferruccio Tagliavini의 이 연주를 듣고, 또 듣고, 계속 듣다 보면, 다른 연주를 듣기가 어려워진다.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도 훌륭하지만, 비야손Rorando Villazon도 탁월하지만, 탈리아비니와 연속해서 들어보면 스테레오로 잘 녹음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빛이 사라지고 마는 느낌이다.
탈리아비니는 우리나라에는 대중적으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1958년에 만들어진 이탈리아 영화 물망초Vento Di Primavera를 통해 그의 목소리는 많이 소개되었다고 한다. 이 영화에는 그가 직접 출연했으며 'Non ti scordar di me'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 가곡 물망초는 그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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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알 수 없었던 가치가 있다.
물론 나이하고는 상관없을 수도 있다.
그건 일종의 안목 같은 거다.
어찌 보면 낡았지만 알고 보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장인의 솜씨로 만든 골동품처럼,
새것과 화려함에 익숙한 사람에겐 잘 구별하기 어려운 가치가 있는 것 같다.
그것이 노래일 수도, 사람일 수도, 생활일 수도,
혹은 인생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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