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오브 스틸 Man of Steel, 현대를 배경으로 한 신화
슈퍼맨Superman이 미국으로 온 까닭은 뭘까?
스파이더맨Spiderman이나 배트맨Batman같은 슈퍼히어로들은 왜 전부 미국에 자리를 잡은 걸까?
애초에 이런 슈퍼히어로를 다룬 만화들이 다른 나라에서 발견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슈퍼맨은 미국의 10대 청소년 제리 시겔Jerry Siegel과 캐나다 출신의 조 슈스터Joe Shuster가 만들어 낸 캐릭터다. 당시 출판업계에서는 이들의 '슈퍼맨'이야기를 모두 거절했다. 무려 4년 동안 거절만 당하던 두 소년은 만화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1930년대, 당시엔 만화시장은 아주 작은 규모였다. 액션코믹스Action Comics라는 이 만화잡지의 가격은 10센트였다. 슈퍼맨이 처음 이 잡지에 등장한 건 1938년 6월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슈퍼맨은 미국의 모든 매체를 섭렵한다. 역사적인 슈퍼히어로가 탄생한 것이다.
작가들이 아직 10대였기 때문이었을까?
시작이 만화책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슈퍼맨은 여러 가지 앞뒤가 맞지 않는 문제점들을 안고 탄생하게 된다.
만화책 속에서라면 별문제가 되지 않았을 문제들은 영화로 만들어지면서도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우주적인 영웅 슈퍼맨은 학교에서 미식축구부원들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찌질한 캐릭터가 되고, 사회로 나가서도 신문사에 취직을 하는데, 역시 찌질하고 모자란 듯한 캐릭터는 여전하다. 대체 왜 그렇게 자신을 엉뚱한 모습으로 위장해야 하는지 이해는 되지만 공감은 되지 않는다.
슈퍼맨이 지구에서 만난 아이 없는 부부 역시 지나친 우연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게다가 그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아버지가 너무 현명하고 지나치게 지혜로워서 역시 공감하기가 어렵다.
같은 신문사에 근무하는 일 중독자 로이스 레인Lois Lane과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가 사고를 당하는 곳마다 슈퍼맨이 나타나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모든 사건에 대해 예리한 관찰력과 추리력을 가진 그녀가 유독 클라크 켄트Clark Kent가 슈퍼맨이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건 정말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엉성한 이야기가 성공한 건 '미국이기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물론 미국적인 캐릭터에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미국식 스토리 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소설은 대체로 직선적이다. 디테일한 정서와 인간 사이의 정밀한 갈등보다는 표면적이고 현실감이 있는 선 굵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개개인의 성향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영국소설과 미국소설은 분명히 다른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슈퍼맨이야기가 성공한 건 반드시 미국적이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10대 소년들이 만든 이야기치고는 철학적인 관점의 이야기가 바탕에 흐르고 있다. 물론 충분히 농익지 못해서 어색하고 유치한 점은 어쩔 수 없지만, 그들이 쓰려고 했던 정의와 진실, 그리고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 인류에게 봉사하는 진정한 슈퍼맨-초인의 모습을 추구하는 건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점이 슈퍼맨을 70년 넘게 살아 숨 쉬게 만든다.
2013년에 관객을 만나는 슈퍼맨, 맨 오브 스틸Man of Steel은 앞서 얘기한 만화책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다크나이트The Dark Knight에서 배트맨을 만화책 밖으로 확실하게 끄집어낸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er Nolan이 이 영화의 제작라인에 있는 건 흥미롭다. 그는 영국인이다. 미국식 만화를 영국인의 진지함으로 완성한 셈이다.
로컬영웅이 진정한 유니버셜 영웅으로 표현된다.
지구를 돌며 시간마저 지배하는 슈퍼맨이지만 미국의 한 도시를 중심으로 활약하는 로컬영웅의 면모가 강했다. 그러나 맨 오브 스틸에서 슈퍼맨은 지구를 넘어 우주적인 영웅으로 그려진다.
여전히 슈퍼맨은 미국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이 미국적인 이야기의 매력은 그대로 살리고 완성도를 높인 이 새로운 영화는,
2013년의 기술력을 만나 확실한 재미로 무장했다.
자신의 신화가 없는 땅에 나라를 세운 미국인들,
그들은 현대를 무대로 자신들의 신화를 새로 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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