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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패러다임Paradigm,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마음의 틀



패러다임Paradigm,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마음의 틀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표현이 종종 쓰인다. 사실 패러다임이라는 말은 미국의 과학철학자인 토마스 쿤Thomas Kuhn이 처음 사용한 말이다. 


"과학계가 새로운 신선한 패러다임을 받아들이면 정상과학(Normal Science)의 시기로 들어선다. (중략) 쿤에 의하면 정상과학은 새로운 발견을 지향하거나 추구하는 혁신적인 활동이 아니다. 정상과학은 기본적으로 패러다임을 완벽히 하려는 보수적 성격의 활동이기 때문이다." 

- 출처 : 네이버 캐스트, 과학은 어떻게 발전해가는가? / 패러다임 (홍성욱)



가끔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서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치 갈릴레오시대에 사는 사람들처럼 명확해 보이는 진실조차 거짓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견해에 대해서는 전염병 환자를 대하듯이 하기도 한다. 


패러다임의 전환관점의 전환과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얘기일 수도 있다. 관점을 바꾸는 것은 사물이나 사실의 다른 측면을 보게 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패러다임의 전환은 이것과는 다르다. 어떻게 보면 패러다임의 전환은 마음의 전환과 같다. 스티븐 코비Stephen Covey의 저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 나온 패러다임 전환의 예를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조용한 지하철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장난치는 두 아이가 있다. 그 아이들은 아버지와 함께 지하철에 올랐다. 하지만 그 아버지란 사람은 아이들이 떠드는 걸 모르는 사람처럼 가만히 앉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하철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떠들고 아버지는 여전히 무관심하다. 

결국, 참지 못한 한 아주머니가 말을 하고 만다.


'여보세요, 댁의 아이들이죠? 좀 조용히 시켜주세요!'


다른 사람들은 속이 다 후련하다. 저 악마 같은 꼬마들을 당장에라도 지하철 밖으로 내동댕이치고 싶은 마음이다. 아주머니는 대답을 기다리며 아이들 아버지를 쳐다보고 있다. 


'아! 이런! 정말 죄송합니다. 이런 줄 몰랐네요.'


모르긴 뭘 몰랐다는 거야! 사람들이 속으로 이렇게 말을 하고 있다. 아이들 아버지가 말을 이어간다.


'방금 병원에서 나오는 길인데, 아이들 엄마가 죽었습니다. 저도 아이들도 어찌할 줄을 모르겠네요. 소란스럽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갑자기 지하철 안에 있던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조금 전까지 악마 같다고 생각한 아이들이 불쌍해 보인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비난했던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하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결론은?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걸 보게 된다. 신념에 의해 사실이 관측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실 관측이 아니라 감상이 더 맞는 표현일 것 같다. 사실을 보는 게 아니라, 사실을 감상한 자신만의 결론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문제는 그 감상의 기준이 거의 100% 가까이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준 것이라는 데 있다. 역사적으로 과학적으로, 언론과 학교에서, 부모와 사회로부터 보고 들은 얘기가 감상의 기준이 된다. 그리고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유연성 없는 사고, 유연성 없는 사회는 갈등이 많을 수밖에 없다.

세상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건 사실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최소한 자신이 세상을 보는- 감상하는 기준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는 태도를 가지려는 노력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MSG에 대해서, 손연재의 발에 대해서, 영화 레미제라블에 대해서 의견을 쓴 뒤로 많은 댓글이 달렸다. 어떤 글은 정반대의 견해를 가졌지만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대한민국 전체를 바보라고 표현하고 욕설 비슷한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처음엔 화가 났지만, 이제는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느낀다. 여전히 기분은 나쁘지만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나와 다른 견해, 나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Octavio Ocampo 작 Solo Para Siempre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