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가?'가 바꿔놓은 우리 집 육아 철학



'아빠! 어디가?'가 바꿔놓은 우리 집 육아 철학


이 프로그램의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아빠와 아이가 짝을 이뤄서 어딘가로 여행을 간다. 물론 여러 팀이다. 그리고 유명인사들이다. 두 명의 탤런트와 MC, 그리고 가수와 국가대표 출신의 축구선수도 있다. 이들 다섯 쌍의 부자-부녀 커플은 주로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산골 오지로 여행을 한다. 자동차나 기차,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고, 밤을 지낼 거처를 정하고, 밥을 먹기 위해 재료를 구하고 요리하고, 그런 과정들 가운데 벌어지는 일들을 보여준다.

단순한 구조지만 그 과정이 재미있는 건 역시 아이들 때문이다. 어디서 자란 아이 건 대체로 아이들의 순수함은 언제 어디서나 웃음을 주는 깔끔한 재료인 것 같다.


아빠 어디가, 포스터(일부)


이 프로그램의 인기는 4월 28일 자 시청률이 13.9%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시청률은 높지만 나는 안타깝게도 한 번정도 밖에 보지 못했다. 우리 집의 TV는 거의 장식품 수준이라서 일주일 내내 꺼져 있다가 주말에 한 번, '아빠! 어디가?'를 하는 시간에만 잠시 불이 들어온다. 그 시간에 집에 있고 일을 하지 않는다면, 아주 낮은 확률이긴 하지만, 나도 이 프로그램을 보게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그 기회가 한 번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내는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본방사수'를 하는 열혈팬이다. 어쩌다 특별한 일 때문에 놓치기라도 하면 반드시 다시보기를 통해서라도 꼭 보고야 만다.


아빠 어디가, 출연진 사진


2013년 1월 6일에 시작된 이 프로그램이 바꿔놓은 건 내 아내의 '육아 철학'이다. 철학이라고 이름을 붙일 만큼은 아니지만, 누구라도 자신의 아이를 어떻게 키우겠다는 생각은 하고 살 것 같다. 나도 아내도 역시 그런 사람이다. 


'내 아이는 자유롭게 키워야지.' 혹은 '철저한 자기관리를 하는 그런 아이로 키워야지.' 또는 '예의 바른 아이로 키울거야!' 등등. 이런 한 줄짜리 생각은 이런저런 기회에 갖게 되는 것 같다. 


이를테면 식당에서 지칠 줄 모르고 뛰어노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전혀 말리지 않는 '몰상식해 보이는' 부모를 보면서, '대체 저 아이들이 자라면 어떤 인간이 될까? 남은 전혀 배려하지 않는 자기중심적인 인간이 될 게 뻔하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아이를 낳으면 식당에서는 항상 제자리에 앉아 어른과 똑같은 자세로 조용히 식사하며 온 가족과 비슷한 목소리 크기와 일관된 주제로 대화에 참여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주변에서 자신의 아이를 경이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은근히 즐기는 장면도 빠지지 않는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대략 이런 시나리오가 전개되면서 하나씩, 예의 한 줄짜리 육아 철학이 생기는 것 같다.


아내의 대표적인 한 줄짜리 육아 철학은 '자유로운, 그리고 친구 같은'이었다.

자신이 자라면서, 그리고 다른 가정의 아이들을 보면서 형성된 가치관이 낳은 생각이었다. 그렇게 자라면 외롭지 않고, 언제까지나 부모를 친구처럼 대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본인이 그렇게 엄마와 친구처럼 지내고 있기도 하다.


아빠 어디가, 포스터


그런데 '아빠! 어디가?'를 몇 개월 시청하며 아내는 생각이 바뀐다. 

'자유롭고 친구 같은 부모'가 틀렸기 때문이 아니다. 다만 자신이 지금까지 봐왔던 것 말고도 다른 방식으로, 다른 모양으로, 또 다른 훌륭한 부모-자녀의 관계가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 건 책 몇 권만 봐도 알 수 있는 얘기지만, 사실 직접 경험하기 전엔 자신이 알고 있는 것 이외의 다른 가치를 수용하는 건 쉽지 않다. 

게다가 육아는 순간 순간 힘이 들고 지칠 때가 많기 때문에 거의 본능적으로 반응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무의식적인 반응은 어릴 때부터, 즉 자신이 양육된 방식에 기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도 모르게 축적된 정보와 스스로 양육된 방식에 따라 아이를 대하는 것에 대해 변화의 필요를 느낀다면, 그건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인 것 같다. 우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어떤 점이 필요한지 어떤 점을 고쳐야 하는지 알게 될 테니까.

알고나면 그 행동을 수정해야 하는데 누가 옆에서 봐주지 않는다면 아마 자신이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 같다. 이 부분이 어려운 지점이다. 게다가 끊임없이 반복해서 교정을 해야한다. 마치 끊기 어려운 습관을 고치는 것과 같다.


'난 권위적인 아버지가 싫었다. 그래서 내 아이에게는 친구처럼 가까운 아버지가 되련다.' 이렇게 마음먹는다고 그렇게 되는 게 아니다. 이미 자신 안에 권위적인 아버지의 모습이 각인되어있기 때문에 바꾸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어려운 일이지만 그걸 해내는 사람은 있다. '아빠 어디가?'에서 아나운서 김성주가 보여준 변화가 그런 예다.


아내의 변화는 사실 그렇게 극적인 건 아니다. 


예를 들어, 마냥 좋아 보이기만 했던 '친구 같은 아빠'의 모습에서 조금은 부정적인 면을 보고, 반대로 '권위적인 아빠'의 모습에서 지금까지는 몰랐던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게 된 정도랄까? 

그러니까, '육아 철학은 선입견을 버리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의 변화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행동의 변화까지는 아직 알 수 없는 부분이고, 이 정도로 생각의 전환을 시도한 것만 해도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만하다. 앞으로 만나게 될 수많은 사건들 속에서 이 생각의 씨앗이 긍정적인 작용을 해줄 테니까!


'아빠! 어디가?'는 이렇게 한 줄짜리 소중한 육아 철학에 영향을 줬다. 

물론 프로그램의 첫 취지처럼 아이를 낳고 싶어졌다는 사람도 꽤나 늘었다는 소문이다.

가끔은 이렇게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아직은 TV를 버릴 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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