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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임신, 출산, 육아

잠 못 드는 아이, 잠을 가르쳐줄까?



[수면교육] 잠 못 드는 아이, 잠을 가르쳐줄까? 


대부분의 초보 엄마들이 그렇듯이 아내의 고민은 올바른 육아다.

요즘은 그중에서도 '수면교육'에 빠져있다.


'잠자는 걸 교육해야 한다고?'


처음 듣는 얘기였다. 남부럽지 않은 호기심으로 세상을 살아왔건만 수면교육 비슷한 것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아내가 뭔가에 집중한다면 나는 최소한 그게 무엇인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이게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방법이다.  


그래서 알아봤다. 

의외로 방법이 많았다. 그리고 각각 주장하는 방법이 조금씩 달랐다. 중요한 건, 왜 수면교육을 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분명하지 않았다. 4번째 책에서 겨우 그 답을 찾았다. 잠을 자기 위해 나오는 호르몬과 각성 호르몬이 동시에 나오면서 신체적으로 혼란을 겪는다는 얘기였다. 오전에 태양을 보면 우리 몸에 멜라토닌melatonin호르몬이 생성된다. 그리고 잠을 잘 때가 되면(대략 태양을 본지 12~15시간 정도가 지난 시간이다) 이 멜라토닌 호르몬이 분비된다. 그리고 우리는 잠에 빠져든다.


그런데 어린아이들에게는 이 일이 어른처럼 원활히 진행되지가 않는다. 주로 어른들의 생활주기에 따라 노는 시간이 결정되기 때문에 멜라토닌이 분비되는 시간에 많은 아이들이 놀고 있고, 놀기 위해 각성호르몬이 분비된다. 그러면 잠을 자고 싶은데 잠이 오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어떤 아이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 뜯어가며 소리를 지르고, 어떤 아이는 이마를 벽에 부딪히며 발악을 하기도 한다. 잠을 잘 수 없어서 괴롭기 때문이다. 이걸 어른들이 잘 몰라서 단지 버릇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국, 잠을 교정해주면 해결될 문제를 방치하는 셈이다. 

더구나 잠이 부족하면 ADHD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연구도 있다. 실제로 ADHD 진단을 받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면 교육을 했더니 그 가운데 30% 가까이가 정상적인 상태가 되었다는 연구도 있다.


엄마랑 아기랑 밤마다 푹자는 수면습관-책표지


주로 잠을 못 자는 아이들의 경우를 보면 위의 예처럼 어른들의 생활주기에 따른 이유도 있지만, 조산아나 영아산통을 겪은 아이들의 경우도 많다고 한다. 우리 아이는 4주나 일찍 태어났고 영아산통을 겪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아이가 잠드는 걸 힘들어했다. 아내가 수면 교육에 대해 공부를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다. 인터넷을 뒤지고, 여러 권의 책을 보고 아이의 평화로운 잠을 위해 몇 가지 방법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고 나 역시 반대했던 '울리기'가 그 중심이었다.


아이들이 우는 것은 어른들이 우는 것과는 이유가 다르다고 한다. 어른들처럼 감정적인 이유로 울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결국, 울어도 상처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저자 자신도 그렇게 아이들을 키웠다고 했다. 아주 잘 성장했고 신체와 정신이 모두 건강하다고 했다.


"옆에 있어도 어차피 몇 시간을 울잖아. 그렇다고 결과적으로 잠을 자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울리나 저렇게 울리나, 우는 시간이 비슷하다면 잠이라도 잘 잤으면 좋겠다는 게 아내의 판단이었다. 더구나 어린 시기에 만들어진 수면 습관이 평생을 간다고 한다. 이 시기에 혼자 자는 방법을 알게 되면 성인이 되고 나서도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하지 않고 질 좋은 수면을 할 뿐 아니라 자기관리의 힘도 생긴다고 한다. 

아이를 울리는 게 사실은 아이에게 기회를 주는 거라는 얘기다.


결국, 우리는 아이를 울렸다.


아이들의 잠-책표지


빠른 경우는 하루나 이틀 만에 효과를 본다고 한다. 영아산통을 겪은 아이들은 4주가 걸리기도 한다고 한다. 

일단 하루 만에 효과가 있었다. 아내가 뛸 듯이 기뻐했다. 정말 뛸 듯이!

그리고 아이 혼자 자기 위해 우는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렇게 며칠간 아이의 수면교육은 향상되고 있었다. 갑자기 찾아온 평화로운 시간에 아내는 그동안 완전히 잃어버렸던 자신만의 시간이 생겼다. 우리는 오랜만에 대화라는 것도 다시 하기 시작했다.


고비가 찾아온 건 바로 며칠 전이다. 아이가 울지 않고 자는 횟수가 늘어서 우리는 이제 완전히 성공하는 건 그야말로 시간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최근 들어 밤잠은 거의 완벽해졌다. 울지 않고 잠이 들어 아침까지 깊은 잠을 잤다. 그런데 낮잠 시간에 갑자기 아이가 다시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울음소리가 더 맹렬해졌다.


현명하게 아기 키우기-책표지


우리는 책을 펼쳐놓고 회의를 했다. 우리가 놓친 게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수면시간은 태어난 날로부터 계산된다. 그러니까 생후 몇 주라는 시간이 기준이 된다. 그런데 조산아의 경우는 태어난 날이 아니라 예정일로부터 계산을 한다. 아이가 엄마 뱃속에서 머물러야만 했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라는 얘기다. 그렇게 계산을 하면 우리 아이는 4주를 늦게 계산해야 한다. 물론 아내는 그렇게 계산했다.  


"그러니까 12주~15주는 이렇다는 거지?"


밤잠이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낮잠시간은 줄어들게 된다. 낮잠 시간과 횟수를 요약해 놓은 표를 보며 내가 질문을 했다. 갑자기 아내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표에는 좌측에 연령을 표시해놓았는데, 아내는 그걸 수로 보지 않고 월령으로 본 것이다. 낮잠을 포함해서 그 연령대 아이의 총 수면시간이 나와 있는데, 우리 아이의 경우는 표에서보다 더 많이 잠을 재운 셈이 됐다. 


갑자기 아내가 울기 시작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아내는 우는 아이를 혼자 자도록 내버려 두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 수면 교육이 성과가 있었고, 그래서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낮잠을 자던 아이가 40분 주기로 깨어나도 램수면 주기라고 생각하고 기다렸다. 그러면 아이는 혼자 울다가 잠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표를 다시 보니 아이의 총 수면시간이 아내의 계산보다 훨씬 줄어들어야 했고 결과적으로 잠이 불필요해서 깨어난 아이를 혼자 울게 내버려 둔 셈이 된 것이다.


힘들게 우는 아이를 그냥 내버려둔 것에 대한 미안함과 힘들었을 아이에 대한 생각이 아내를 울게 했다.


아내는 표를 만들었다. 다시 계산해서 수유시간과 낮잠시간을 표시하고 몇 번을 확인했다. 그리고 아이의 생활리듬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오차범위까지 신경을 써서 대책을 세웠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아내는 '다시는 실수 하면 안 되기 때문에'라며 아주 쉬운 것까지 전부 표시해서 글로 남겼다.


밤마다 꿀잠자는 아기-책표지


아이는 깨어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낮잠시간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확연히 컨디션이 좋아졌다. 하루만의 변화였다. 그리고 낮잠을 자면서 울지 않았다.

 

아내와 나는 이제 수면교육에 대해 긍정적이다. 

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 아이들의 평균 수면시간이 유럽 아이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통계가 있다. 잠을 자는 게 아이들에게는 몸과 두뇌를 만드는 시간이기도 하다. 어른들이 갖게 되는 생각의 대부분은 자신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이런 생각이 배려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우리 집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잠 못들어 울던 아이가 이제 깊고 달콤한 잠을 잔다.

밤잠의 질이 좋아지고 깊게 자게 되면서 밤중에 깨어나는 일이 없어지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밤중 수유도 끊어지게 됐다. 

아이를 울려서 만든 수면 습관 덕분에 울리지 않고 밤중 수유를 끊게 된 것이다.


잠에서 깨어난 아이는 더이상 울지 않고 아내를 보고 웃어주기 시작했다.

평화롭게 잠이 든 아이를 바라보며 아내는 이제 이유식에 관한 책을 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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