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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넌도어 Shenandoah, 오래된 영화가 주는 큰 감동



[셰넌도어 Shenandoah, 오래된 영화가 주는 큰 감동]


전쟁이란 누구를 위한 걸까? 전쟁을 자기 힘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이름도 없이 희생되는 사람들의 가족이 겪는 큰 슬픔은 누가, 어떻게 보상해 줄 수 있을까?


정말, 작은 싸움이 국가 간의 전쟁으로 커질 수 있을까?

혹시 그건 전쟁을 원하는 정치인들의 핑곗거리에 불과한 건 아닐까?


진정 대단한 명분을 가진 전쟁이라 해도, 이름 없이 희생되는 젊은이들에게 전쟁은 과연 자신의 인생을 바칠 가치가 있는 걸까? 



노예해방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남북전쟁은 사실 수많은 정치적 이슈가 배경에 깔려있었다.

영화 셰넌도어Shenandoah에서, 노예라고는 한 명도 없는 남부의 한 가족이 남북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선택을 강요당한다. 


아이들은 아버지에게 언제나 Sir라는 존칭을 붙여 얘기한다.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땐 자리에서 일어서서 정중하게 얘기한다. 농부의 집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강력한 규율로 움직이는 이 집안의 가장 찰리 앤더슨(제임스 스튜어트James Stewart분), 그는 막내아들을 낳다가 죽은 아내 마사Martha를 땅에 묻고 혼자서 6명의 아들과 1명의 딸을 키운 강한 남부의 남자다.


모두가 전쟁을 얘기할 때 그는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일축한다. 그의 집엔 노예도 없고 경작할 땅과 성실히 일하는 가족들이 있을 뿐이다. 그는 전쟁의 명분에 전혀 공감할 수 없다. 


하나뿐인 딸이 군인과 결혼하고 사위가 곧바로 전쟁터로 떠나도, 자신의 농장에서 물을 마신 군인들이 북군의 총에 죽어나가도, 가축을 징발하러 온 정부 관리들과 격투를 하면서도 여전히 자신과는 상관없는 전쟁이다.


그러나 남부군인의 모자를 쓰고 다니던 16살 막내아들이 북군의 포로로 잡혀가게 되자 앤더슨에게 그 전쟁은 '나의 전쟁'이 된다.

막 아이를 낳은 큰아들 부부를 집에 남겨두고 앤더슨 일가는 막내 아들을 찾기 위해 북군 진영을 찾아간다. 총알이 날아다니는 전쟁터를 말을 탄 7명의 앤더슨 가족이 누비고 다니는 이유는 가족을 찾기 위해서다. 

북군의 진영에 들어가서도, 포로를 싣고 가는 열차를 세우면서도, 그들에겐 두려움이나 망설임 같은 건 없다. 포로로 잡혀있던 사위를 우연히 찾아냈지만, 앤더슨의 아들들은 남군의 총에 한 명이 죽고, 집에 남아있던 아들 부부는 강도에 의해 죽고, 막내아들은 생사를 알 수 없다.

다시 집에 돌아왔지만, 식탁에는 4개의 빈자리가 너무 커 보인다.
밥이 넘어가지 않아서 그랬을까? 앤더슨은 식탁에서 기도를 마치고는 밖으로 나간다. 죽은 지 16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아내의 무덤에 가서 얘기한다.


전쟁은 장의사들이나 좋아하지.

정치인들은 영광이 어쩌구 하면서 떠들고.

노인들은 전쟁을 해야 한다고 하지.

하지만 병사들은 모두 집에 돌아가고 싶어해.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언제나 일요일이면 교회에 가는 앤더슨 가족.

교회에서의 마지막 장면에 다리를 다친 막내아들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이 영화 셰넌도어Shenandoah는 미국에서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전운동이 막 시작되던 1965년에 만들어졌다.

거의 50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지만 요즘 영화보다 훨씬 감성을 자극한다.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 그리고 생각에 잠기게 한다. 고전작품의 필수 요소를 거의 다 갖춘 셈이다.


제임스 스튜어트의 대표작이라 불릴 만큼 그의 연기는 훌륭하다. 간결하고 압축적인 대사도 좋다. 50년 전 영화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군더더기 없는 명품영화다. 


장면들 마다 감동적인 대사로 눈물을 흘리게 하는 대본 역시 좋다. 

제임스 리 바렛James Lee Barret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크게 성공한 작품도 없고 활동도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의 인간에 대한 이해가 많이 드러난다. 

결혼을 앞둔 사위에게 충고를 하는 아버지는 여자를 이해할 수 없지만 이해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청혼하는 사위에게 사랑만으로는 부족하고 아내를 '좋아해야'한다는 말로 우리를 감동시킨다. 


전쟁은 결국 권력자를 위한 행위다. 역사는 전쟁이 끝나고 권력자가 바뀌면 적국이 친구가 되는 걸 여러 번 보여줬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권력자들의 말에 속아 또다시 전쟁이라는 정치행위의 희생양이 되고 만다. 

정말 '그들'은 악하고 '우리'는 선한 걸까? 가까이 들여다보면 적군이나 아군이나 모두가 사랑하는 가족을 가진 셰넌도어 앤더슨과 다를 게 없지 않을까?


어떤 명분이 있어도 모든 전쟁은 옳지 않다고 얘기하는 많은 성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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