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링컨 Lincoln, 역사와 사실, 그 사이에 있는 것은?
영화는 대중을 만나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어떤 영화는 대중이 원하는 이야기를 한다.
어떤 영화는 대중이 모르는 이야기를 한다.
대중이 원하는 이야기나 모르는 이야기나 영화 속에서는 항상 새롭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도 '그'의 시각으로 쓰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대중이 아는 이야기를 소재로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의 영화 링컨Lincoln은 그런 대중들의 날카로운 시각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영화다.
우리나라 대형 포털의 영화소개 코너에서 링컨에 대한 평을 읽어보면 낯이 뜨거워진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대로 쓰지 않으면 틀린 얘기가 되고,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면 설교가 된다.
하지만,
역사란 언제나 사실과 다르다. 역사 역시 쓰는 사람의 시각이라는 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역사가들 사이에서도 미국 남북전쟁에 대한 링컨의 여러 가지 결정들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그럴만하다. 그 누구도 링컨의 마음 깊은 곳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단지 정황과 흐름, 그리고 결과적으로 누가 어떤 이익을 가져갔는지를 놓고 해석할 뿐이다.
남북전쟁을 일으킨 실질적인 원인을 제공한 게 링컨이라는 의견이 강하다.
링컨의 평소 인권에 대한 태도 역시 노예제도와 흑인 인권에 대한 그의 진실성을 의심케 하고도 남는다.
경제적인 이권에 따라 남부연합을 파멸의 길로 밀어 넣은 비정한 정치인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모두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들이다. 영화와는 사뭇 다른 이야기들이다.
스필버그의 영화는 링컨에 의한 노예제도 폐지가 미국 역사의 큰 흐름을 바꾼 사실에 초점을 맞춘다.
다른 어떤 정치적인 이유가 있었는지는 이야기꾼들에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현실정치가 아니고 역사 속의 이야기니까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당시 링컨을 존경하던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그를 읽고 있다.
서로 입장이 다른 정치가들 사이에서 링컨은 수정헌법 13조,
노예제도를 폐지하는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키는 게 목표다.
그 과정에서 링컨은 크고 작은 공직을 팔아서 표를 모은다.
영화 속에서 링컨은 남부연합의 평화제안을 받아들이기 전에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남북전쟁이 끝나면 노예제도 폐지는 물 건너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링컨에게 노예제도를 폐지한다는 건 어떤 의미였을까?
지금 대다수의 평범한 우리가 아는 것처럼 흑인의 인권을 위한 정치적 투쟁이었을까?
아니면 비판적인 역사가들의 주장처럼 링컨 지지자들의 열망 때문이었을까?
남부의 값싼 노동력을 북부의 산업현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경제인들의 계략이었을까?
이런 얘기는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한 쪽으로 결론을 끌고 가지도 않는다.
사실로 드러난 부분을 연결하고 그 사실과 사실 사이를 메워서 영화를 완성한다.
그 배경은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
개인적인 기억으로 '갱스 오브 뉴욕Gangs Of New York' 이후 처음 보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Daniel Day Lewis의 연기는 훌륭하다.
링컨과 다른 의견을 갖고 있던 태디어스 역의 토미 리 존스Tommy Lee Jones, 그는 아무도 모르게 흑인 아내와 살고 있다.
TV시리즈 보스턴 리갈의 별난 변호사로 각인된 로비스트 빌보 역의 제임스 스페이더James Spader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영화가 끝나고 '갱스 오브 뉴욕'이 얼마나 위대한 영화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미국의 치부를 그대로 영화로 보여준 그 용기에 감탄이 다시 한 번 나온다.
모든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재미있다.
한 번은 볼 만한 오랜만에 보는 어른다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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