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페어런트후드 Parenthood, 감동적인 미국 드라마!
어떤 드라마를 감동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우선, 드라마가 재미있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재와 등장인물, 그리고 잘 짜여진 사건과 적절한 대사 같은 기술적인 요소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런 요소는 너무 당연한 얘기면서 동시에 쉽지 않은 조건이기도 하다. 이런 요소가 없으면 재미있는 드라마가 될 수 없는 게 당연한 얘기다. 그렇지만 이런 조건을 갖춘 드라마를 찾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만일 잘 만들어진 드라마를 만났지만 감동을 하지 못한다면?
그건 아마도 그 드라마의 내용을 공감하기 힘들기 때문이 아닐까?
페어런트후드Parenthood는 잘 만들어진 가족 이야기다. 가족이야기란 부부의 문제, 그리고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자녀의 입장에서 부모를 이해하는 건 정말 쉽지 않다. 결국 '애를 낳아 보니 엄마 마음이 이해가 간다'는 얘기가 나오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즉 경험하지 않은 관계를 이해한다는 건 정말 어렵다.
그런데 페어런트후드를 보다 보면 이런 경험의 부재에서 오는 몰이해를 상당 부분 일깨워준다.
자녀의 입장, 자녀의 캐릭터에 완전히 공감하게 한 뒤, 그 캐릭터가 부모를 바라보는 관점을 보여주고는 느닷없이 (사실은 은근히 계속 묘사하고 있던) 부모의 관점과 '사실'을 펼치면서 시청자로 하여금 그 부모를 이해할 수밖에 없도록 한다.
이게 이 드라마의 놀라운 장점 가운데 하나다.
지크와 카밀 브레이브먼Zeek & Camile Braverman부부는 4남매를 키웠다. 모두 장성해서 결혼하고, 셋째 아들 크로스비Crosby는 미혼이지만 자기도 몰랐던 어린 아들이 나타나고, 둘째 딸 새라Sarah는 이혼해서 10대 자녀 두 명과 함께 친정으로 돌아온다.
큰아들 아담Adam이 모범적인 가장으로 성장한 이유가 폭력적인 아버지 지크때문이었다는 얘기에서부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지크가 베트남전에 참전한 후 몹시 힘든 인생을 살아온 얘기를 통해 그들을 모두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한집에 사는 건 아니지만, 툭하면 아담에게 들러 인생 상담을 하는 동생들, 할아버지 집 마당의 큰 식탁에 모여 함께 식사를 하는 가족들, 손자가 야구를 하는 날이면 전 가족이 응원을 하는 게 당연한 브레이브먼가족, 그들의 모습은 왠지 개인적인 삶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그 미국인들의 모습이 아닌 것 같다.
미국이라는 배경에서는 말도 되지 않을 것 같은 이런 대가족의 모습에서 30년 전의 우리나라 보통 가족을 볼 수 있다. '아니 미국에서 이런 일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그들의 일상은 개인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비밀이 없는 가족들. 어떤 문제도, 심지어 이혼한 엄마의 사생활과 고등학생 아들의 섹스라이프까지 13명이나 되는 가족들이 전부 공유한다.
셋째 아들 크로스비Crosby의 아들 자바Jabbar와 엄마 재스민Jasmine까지 하면 15명이다. 그 가운데 3명은 미성년 어린이라서 공유까지는 어렵다고 봐야겠지만. 2013년 방영한 시즌 4에서는 어린이 식구가 2명 늘어난다.
이런 독특한 가족 관계는 아마도 미국사람들 역시 그리워하는 모습이 아닐까?
혈연을 중심으로 한 대가족이 갖는 끈끈한 정서적 유대감, 사랑과 믿음과 격려와 위로 같은 따스한 감정들이 모든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느낌이 드는 건 미국이나 우리나 마찬가지 같다.
그리고 그런 점이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 속에 언제나 꽃처럼 아름답게 활짝 피어난다.
페어런트후드에 빠져있다 보면 한 편의 에피소드를 보면서도 여러 번 눈물을 흘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만일 당신이 눈물 흘리지 못한다면 그건 이런 관계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거나, 드라마를 보며 딴짓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페어런트후드의 인물들은 워낙 특이하다. 그런데 이 집, 브레이브먼가족에 시집오거나 장가든 법적인 가족들 역시 결국 브레이브먼화 한다는 걸 꼭 짚어봐야 한다. 혈연이 중심이지만 결국 '마음'을 통해 법적인 가족까지 진짜 가족보다 더 사랑하게 되는 이 놀라운 감동의 가족, 페어런트후드는 미국 사회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필요한 모범적인 가족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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