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의 발, 탤런트 코드 Talent Code>
어느 방송에 나온 손연재의 발 사진이 화제다.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 소속 수석 무용수 팔로마 헤레라Paloma Herrera의 사진을 사용한 게 문제가 됐다.
그 기사를 보면서 탤런트코드Talent Code가 떠올랐다.
대니얼 코일Daniel Coyle의 베스트셀러, 탤런트 코드는 몇 년전에 우연히 서점에서 만난 책이다. 재능에 관한 사용설명서 같은 책이다.
왜 인간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도 그걸 사용하는 방법을 모를까?
사용법만 제대로 안다면?
대니얼 코일은 그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읽어보면 진짜 그럴 수 있겠다라는 공감과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열정이 생기는 걸 느끼게 된다.
핵심은 심층연습,
열정을 느낄만한 일을 만나 올바른 방법으로 심층연습을 하면 누구나 최고의 수준까지 가는 게 가능하다는 얘기다. 1만 시간 이론과 미엘린myelin같은 뇌에서 발견된 물질, 수 많은 사례를 분석해서 자신의 이론을 증명한다.
분석적인 자기 계발서랄까? 효과적이다.
관념과 철학으로 '이렇게 하면 성공합니다'를 외치는 일반적인 자기 계발서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내가 아는 사람이 이 책을 읽고 피아노에 도전했다.
한 번도 피아노 레슨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이 사람은 '취미로 피아노를 좀 두드리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 사람이 시도한 건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였다. 그 이름도 유명한 비창!
피아노를 해 본 사람은 이 곡을 치는 데까지 적어도 몇 년이 필요하다는 걸 안다.
단순히 몇 년의 시간이 아니라 기초적인 곡들에서부터 시작해서 시대별로 바흐, 모짜르트 등의 비교적 쉬운 곡들을 연주한 뒤에야 겨우 도전이 가능한 곡이란 얘기다. 도전한다고 다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 건 더욱 아니다.
'처음 4마디를 제대로 치는 데 2시간 걸렸다.'
손가락 번호를 다 지켜가며 리듬과 음정을 정확하게 연주하는 데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대개 우리는 거기서 그만둔다.
'뭐, 피아니스트가 될 것도 아니고, 이렇게 지루한 일을 할 필요가 없잖아.'
그런데 그 사람은 탤런트 코드에서 읽은 것들을 떠올렸다고 한다.
'어느 수준까지 지루하게 반복을 하다보면 갑자기 수준이 점프하는 구간이 생긴다.'
정확한 건 아니지만 내 기억엔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5번째 마디부터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은 3악장으로 이뤄진 그 곡을 거의 다 연주한다.
외워서.
그렇게 연습을 하면 저절로 외워진다고 한다.
우리는 이런 모습을 열정이라고 표현한다.
날마다 쉬지 않고 연습을 하는 천재적인 운동선수들을 보고 우리는 절대로 비웃지 않는다.
그 열정이 그를 위대하게 만들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사람이 그렇게 연습을 해도 우리는 비웃지 않는다.
그 모습이 그냥 아름답기 때문이다.
손연재의 발이 문제가 된 건 방송사의 실수와 그 이후에 대응 하는 모습때문이다.
하지만 손연재의 지금 모습에서 우리는 그녀의 발을 볼 수 있다.
TV화면에 나오지 않아도 우리에겐 그녀의 발이 보인다.
그녀가 이룬 성과는 그 보이지 않는 '발'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Music AND > 책, 영화,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드] 뉴스룸 News Room, 아론소킨Aaron Sorkin의 이상향 (2) | 2013.03.11 |
---|---|
이번엔 뭐라고 할래? - 마음의 오류, 뤼디거 샤헤 Ruediger Schache (0) | 2013.03.11 |
[미드] 하우스, House MD - 8년 간 의사로 살아온 휴 로리 Hugh Laurie (9) | 2013.03.07 |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0) | 2013.02.23 |
[책] 신의 지문 Fingerprints of Gods / 그레이엄 핸콕 (5) | 2013.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