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Psy, 젠틀맨 Gentleman을 비판하는 사람들
<공부만 잘하는 모범생이 다스리는 나라>
싸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참 많다.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인 히트를 하면서 싸이를 몰랐던 사람도, 싸이에게 관심이 없던 사람도, 싸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사람까지 돌아서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여전히 싸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얼마 전 KBS에서 젠틀맨 뮤직비디오의 도입 부분을 문제 삼아 방송불가 판정을 했다. 그리고 그 판정이 '옳다. 그르다', '외부의 영향이 있다. 없다'로 시끄럽다. 결국, 인사조치가 있었고 그럼에도 정확한 원인에 대한 조치가 없었다는 이유로 여전히 논란이 계속 진행 중이다.
싸이는 스스로도 말했다시피 B급 문화를 지향하는 가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유튜브를 석권하고 빌보드 정상을 넘보면서 미국시장에서 대단한 인정과 인기를 얻고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많은 한국인들이 그의 성공에 축하와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빌보드 정상에 오르기를 기원했다. 마치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국가대표 축구대회는 응원하는 것처럼 말이다.
B급 문화가 별로 탐탁하지 않은 사람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고상한 예술만을 예술이라 여기던 사람도 싸이의 성공을 축하했다. 대한민국의 싸이를 바라보는 정서가 이런 것이었다. 그리고 이건 인간 박재상의 성공에 대한 응원이기도 했다.
그런데,
후속곡 젠틀맨이 발표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물어뜯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요지는 대략 이렇다. 선정적이다. 무례하다. 불법적인 행동이다. 저질이다.
뭐 비슷비슷한 단어들이 더 많이 남아있지만 이쯤에서 생략하기로 하겠다.
그들의 비판을 잘 들어보니 맞는 말인 것 같긴 하다.
그런데,
싸이가 언제는 얌전하고 고상하며 합법적이고 우아한 예술을 하기라도 했나?
강남스타일만 봐도 그렇지 않던가?
강남스타일이 뜨고 나서 싸이의 이전 뮤직비디오에 내려졌던 19금 판정을 번복하기까지 한 정부와 관련 기관들의 대응이 떠오른다.
그들은 한마디로 기준이라는 게 없는 것 같다. 아니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론과 미국의 반응이 그들의 기준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의 싸이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신곡에 대해 갑자기 싸이스럽다는 이유로 비판을 하는 사람들이나, 세계적인 음악 프로듀서가 인정했다는 이유로, 유튜브 조회가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이유로 19금 결정을 뒤집는 사람들이나 거기서 거기다.
나는 사실 싸이의 음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B급이라서도 저질이라서도 아니다. 그냥 원래 조용한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뚜렷한 주관과 변함없는 의지, 그리고 자신에게 당당한 자세는 본받을만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 역시 싸이를 응원한다.
나는, 싸이 스스로도 말했듯이, 그를 고상한 예술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가 고상한 예술가가 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런 건 그걸 원하는 사람이 하면 될 일이다.
얼마 전엔 행위예술을 하는 사람을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뒤를 캐고 언론에 욕지거리를 해대더니, 이번엔 싸이를 가지고 들었다 놓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예술을 제대로 이해할 마음도 없는 사람들이 권력기관에 들어가서, 미디어를 장악하고 예술을 정의하는 게 못마땅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나 하나뿐일까?
힘으로 누르면 뭐든 해결된다는 독재정권스타일 해결방식도 문제지만,
권력과 언론의 모순된 모습이 결국은 예술행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소위 '공부만 잘하는 모범생이 다스리는 나라'의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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