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함께 한목소리로 부르는 노래, Take Me Out to the Ball Game
같은 조직에 속한 사람들은 하나의 노래를 부른다. 학교에서는 교가를, 군대에서는 군가를, 회사에서는 사가를, 그리고 모든 국가는 국가를 갖고 있다. 노래를 통해 하나 됨을 느끼게 되는 건 아마도 노래를 부르는 그 순간, 같은 선율과 같은 리듬 속에서 같은 주파수를 공유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미국에서는 국가와 생일축하노래에 이어서 이 노래 Take Me Out to the Ball Game이 가장 많이 불린다고 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프로 스포츠 메이저리그 야구Major League Baseball:MLB경기장에서 부르는 노래다. 운동 경기를 보면서 일체감을 느끼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 노래는 팀을 가리지 않고 함께 부른다. 물론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이름을 넣기는 하지만, 같은 노래를 아군과 적군이 함께 부른다는 게 재미있는 일이다. 같은 주파수를 공유한다고 보면 결국은 적이 없다는 얘기니까.
이 노래는 꽤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가 시작된 건 1871년이지만 곧 깨지고 1876년 내셔널리그National League:NL가 시작된다. 이어 1901년 아메리칸리그American League:AL가 만들어지고, 1903년에 최초의 월드시리즈가 열렸다.
그로부터 5년 뒤, 1908년에 Take Me Out to the Ball Game가 만들어졌다.
야구장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작사가 Jack Norworth가 가사를 쓰고, 역시 한 번도 야구장에 가보지 못한 Von Tizler가 작곡했다. 노래를 만들어 놓고도 수십 년이 지나서야 야구장에 가봤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1908년에 쓰인 가사가 1927년에 조금 바뀐다. 사실 주인공과 상황만 다를 뿐 바뀐 건 거의 없다.
<1절>
Katie Casey was baseball mad
케이티 케이시는 야구에 미쳐 있었어요
Had the fever and had it bad
야구광이었죠
Just to root for the home town crew
홈 구단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서
Ev'ry sou Katie blew
모든 돈을 다 썼죠
On a Saturday, her young beau
토요일에 남자친구가
Called to see if she'd like to go
놀러 가자고 전화했어요
To see a show but Miss Kate said, no
공연을 보자고 했지만, 케이트는 싫다면서
I'll tell you what you can do
대신 뭘 해주면 되는지 알려주겠다고 했죠
<2절>
Katie Casey saw all the games
케이티 케이시는 모든 시합을 다 관람했어요
Knew the players by their first names
선수들 이름을 다 알았죠
Told the umpire he was wrong, all along
내내 심판 판정이 잘못됐다고 항의했어요
Good and strong
강력하게 항의했어요
When the score was just two to two
점수가 2대 2가 되자
Katie Casey knew just what to do
케이티 케이시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죠
Well, just to cheer up the boys she knew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서
She made the gang sing this song
사람들에게 이 노래를 부르게 했죠
7회 초가 끝나면 '7th inning stretch' 시간이다. 보통 3시간이 넘는 경기를 보려면 이쯤 해서 팔다리가 뻣뻣해지게 마련이다. 스트레칭을 하면서 관중들은 함께 노래한다. 물론 Take Me Out to the Ball Game.
역사가 있는 곳엔 많은 기록과 인물이 있기 마련이다. 2014년 현재 27년째, 1988년부터 다저스Dodgers스타디움의 오르간 연주자로 일하고 있는 Nancy Bea Hefley의 연주로 들어본다. 관중들이 모두 함께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마지막 영상은 푸에르토리코 출신으로 1991년부터(풀타임은 1993년부터) 2006년까지 양키스에서 중견수로 활동한 전직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버니 윌리암스Bernie Williams의 기타연주로 듣는 Take Me Out to the Ball Game.
통산 타율 .297에 다섯 번의 올스타 선정, 97년부터 2000년까지 연속 4번의 골드 글러브 수상, 실버슬러거 및 아메리칸 리그 최우수선수상ALCS MVP(96년). 은퇴 전인 2003년에 이미 첫 번째 앨범을 발표, 2009년 2번째 앨범 <Moving Forward>가 라틴 그래미Latin Grammy Award 노미네이트.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엄청난 기록의 선수였다.
한 가지만 잘하기도 어려운데, 더구나 세계 최고 수준의 운동을 하면서 음악을 이렇게까지 잘한다는 건, 엄청난 재능과 대단한 집중력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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