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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임신, 출산, 육아

몸에 붙여 키워라



<몸에 붙여 키워라>


'영아 산통'때문에 며칠밤을 힘들게 보냈다.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겪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건 체력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다.
지극히 작고 여린, 사랑하는 아이가 곧 죽을 것처럼 처절하게 울고 있을 때,
부모로서 아무것도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느끼게 되면 거기서 일종의 좌절감 비슷한 감정이 솟구친다.

경험과 정보는 정말 중요한 도구다. 
어떤 엄마는 결혼도 하기 전에 이미 영아 산통에 대해서까지 공부하고 대책을 세워뒀다고 한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이렇게 힘든 일이 있을 거라곤 짐작하지 못했다.

'대신 아파 주고 싶어, 그럴 수만 있다면'

아내가 젖은 눈으로 나지막이 얘기한다. 안타깝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아직까지 영아 산통에 대한 연구는 초기 단계다. 그 원인도 추측만 할 뿐 정답은 없다.
추측의 내용은 일반적으로 아이의 미숙한 장이 일으키는 문제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아이는 식물처럼 자란다. 며칠 만에 5cm가 자라기도 한다. 전체 키의 10%를 넘는 수치다.
성인 남자로 치면 며칠 만에 15~20cm가 자란 셈이다. 키가 그렇게 크면 뼈도 함께 성장한다. 

그리고 몸 안에 있는 장기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의 장기는 정말 미숙하기 그지없다. 한 번도 외부의 물질을 받아들여 본 적이 없던 그 작은 장기들이 생소한 물질을 분해해서 영양분을 흡수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날마다 크기가 달라진다. 자기 자신의 크기가 말이다.

성장하는 것 자체로 이미 아이들은 통증을 느낀다고 한다. 이른바 영아 성장통이다.
물론 아이들은 말을 못한다. 그래서 이런 연구는 항상 만족할만한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다. 실전에서는 이게 문제가 되고도 남는다.

박수근 그림 

▲<박수근 그림>


'애 손탄다!'


장모님이 하신 말씀이다. 자꾸 안아주면 버릇이 나빠진다는 얘기다. 울면 안아주니까 아이들이 계속 운다는 어른들의 관찰연구 결과인 셈이다.

'달란 대로 다 주면 나중에 허기를 못 참는 거야!'

시어머님 말씀이다. 젖 양을 조절해 줘야 아이에게 좋다는 말씀이다.
초보 엄마 아빠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다.
인터넷을 뒤진다. 비슷한 내용이 수도 없이 많다.
그러니까 다수결로 결정하자면 우리는 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뭔가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얘기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몸에 붙여 키워라'

옛 어른들, 우리 장모님의 시어머님의 할머니의 할머니쯤 되시는 분들의 말씀이란다.
전문가들이 이 얘기를 뒷받침할만한 근거를 대기 시작한다.

우선 알아 둘 얘기가 있다.
인간의 아기는 다른 포유류 새끼들보다 훨씬 미숙한 상태에서 태어난다.
왜?
그건 직립보행 때문이다. 인간이 가진 거라곤 다른 동물보다 뛰어난 두뇌뿐이다. 그 두뇌만으로 포식자들로부터 살아남으려면 '도구'를 쓰고 '달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렇다!
달리기 위해 직립을 한 거라는 말씀이다.
문제는 그다음에 나타난다.
인간이 일어서자 골반이 척추를 받치는 기능을 해야 했던 것이다. 기어 다니는 짐승의 골반은 그런 힘든 일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환경에서는 골반이 단단해지고 작아지는 게 최선이었다. 이게 환경에 적응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런데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두뇌용량이 크다. 골반은 작고 머리는 큰 것이다.
만일 인간의 아기가 다른 동물들처럼 태어나자마자 걸을 수 있으려면 엄마 뱃속에서 2년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엄마의 작은 골반아기의 커다란 머리라는 심각한 장애물들 때문에 그때까지 엄마 뱃속에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1년을 미리 태어나기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 인간의 아기가 그렇게 연약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그렇기 때문에 생후 1년은 스킨쉽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엄마의 뱃속에 있는 것처럼 안정감을 느끼도록 해줘야 한다는 거다. 1년간 '촉각'을 통해 정서적인 유대감을 형성하지 못하면 그 외롭고 쓸쓸한 박탈감은 평생을 간다. 그리고 혁명적인 충격이 있지 않는 한 변화가 거의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어릴 때 충분히 안아주지 않으면, 평생을 외롭고 타인을 믿지 못하는 고립적인 인간으로 살게 될 가능성이 무척 크다는 얘기다.
그리고 1년이 지난 후에는 독립을 향해, 호기심 가득한 모험을 한다.

아이의 발달과정에 맞는 대응을 해야 하는 이유가 이런 것이다.

며칠 밤을 힘들게 지새우며 얻은 결론이다.
지나치게 다양한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사랑'이라는 가장 큰 정보에 기댈 때 우리는 지혜로운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우리 주변엔 이 '사랑'이 넘치는 이웃들이 참 많다.

사진으로 보는 제주 역사 - 아이를 업은 엄마
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2


*이른 새벽에 연락했는데도 자신의 일처럼 따스한 마음으로 세세히 정보를 나눠주신 이름 모를 네티즌 여러분 감사합니다. 덕분에 급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그 '사랑'을 다른 많은 분들과 나누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릴 뿐입니다.


*배앓이에는 약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100일 정도가 되면 다 없었던 일처럼 좋아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효과를 보이는 약도 있다고 합니다. 고통속에 울부짖는 아이를 위해서 저희는 이 약을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용해보고 후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누군가 이 약이 필요하실지도 몰라서 정보를 공유합니다.
mommys bliss gripe water라는 약은 미국에서는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약이라고 합니다. 다른 브랜드의 비슷한 약도 있다고 합니다.
아마존 같은 곳에서 구하실 수 있고요, 유명 쇼핑포털에서 구매대행을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희는 직접 구매 또는 구매대행으로 구입하려면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해서(5일에서 최대 15일이 걸립니다.) 검색 끝에 중고나라에서 찾았습니다. 생약성분만으로 제조해서 부작용이 없다고 합니다.
혹시 필요하신 분은 더 많은 검색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얻고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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