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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AND/음악 이야기

흑인들이 부른 백인들의 이야기 흑인영가, Joshua fit the battle of Jericho

흑인들이 부른 백인들의 이야기 흑인영가, Joshua fit the battle of Jericho


구약성경은 이스라엘-유대인의 역사다. 그들의 역사는 성경 속에서 신화가 되기도 하고 전설이 되기도 한다. 어떤 인물과 사건들은 사실에 근거하지만, 사실이라고 믿기엔 어려운 부분도 많다.


여호수아Joshua모세Moses의 뒤를 이은 이스라엘Israel의 2대 지도자다. 성경에 의하면 여호수아는 여리고 성 전투에서 하나님의 명령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성을 돌고 소리를 지른다. 6일간 하루에 한 바퀴씩, 7일째에는 일곱 바퀴를 돈다. 양의 뿔로 만든 나팔을 불고 소리를 지른다. 그대로 하면 성이 무너질 거라는 신의 계시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그리고 7일째 여리고 성은 무너져내린다. (고고학자들에 의하면 여리고 성은 여호수아 시절엔 존재하지 않았다.)


Joshua fit the battle of Jericho


여리고 성에 살던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 전투는 침략이었다. 그들은 영문도 모른 채 유대인들에 의해 공격당하고 성을 빼앗긴다. 

유대인들의 입장에서 그 전투는 하나님의 뜻이다. 이집트에서 노예로 살던 유대 민족에게 그들의 신이 약속한 그들만의 나라를 세우는 첫 번째 정복이었던 것이다.

이집트에서 노예로 살던 유대인들의 탈출의 역사가 자신들의 삶과 동일시되어서일까? 흑인 노예들은 무자비한 백인 주인들의 종교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거기서 안식을 찾았다. 


negro spirituals


미국땅에 노예로 잡혀간 흑인들은 아마도 인류의 모든 역사를 통틀어 가장 창의적인 음악가들이었던 것 같다. 성경 속 이야기를 가지고 자신들의 유전자 속에서 들려오는 리듬으로 노래를 만들었다. 흑인영가negro spirituals/black spirituals로 불리는 그들의 종교곡들은 하나의 장르가 되었고 여전히 기독교인들의 사랑을 받는다. 흑인영가는 재즈처럼 미국이라는 환경에서 만들어진 흑인들의 음악이다. 

그리고 이제는 백인들과 비유대인들까지 흑인영가를 즐겨 부르고 감상한다. 세상에 많은 아이러니 가운데 가장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유대인에서 출발한 성경 속 이야기가 유럽으로 건너가 백인들의 이야기가 되고, 미국으로 무대를 옮겨 흑인 노예들의 것이 된 것이다.


negro spirituals


배경과 관계없이 이 노래 Joshua fit the battle of Jericho는 흥이 난다. 

전투에서 이긴 기쁨과 황당하기까지 한 신의 명령을 믿고 따른 보상에, 돌로 만들어진 성을 무너뜨린 신의 능력을 찬양하는 감상이 더해진 이 노래는 다른 흑인영가들과 달리 작곡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1865년 Jay Roberts라는 사람의 저작권을 추천한다.)


흑인들이 부른 것은 물론이고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가 부른 버전에 미국 정통 합창단 Roger Wagner Chorale까지 다양한 버전이 존재한다.


각색된 신화든 사실이든, 음악만은 편견 없이 받아들여질 만하다.

이스라엘이 그들만의 신을 등에 업고 수천 년을 계속하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전쟁의 역사가 지금도 잔인한 현실로 들려온다. 

이제 싸움을 멈추고 음악만 남는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적과 함께 한목소리로 부르는 노래, Take Me Out to the Ball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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