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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AND/음악 이야기

심수봉 沈守峰, 시대와 함께 춤을 춘 그때 그 사람



[한국의 디바] ②

심수봉 沈守峰, 시대와 함께 춤을 춘 그때 그 사람


가야금 명인 심팔록의 증손녀. 판소리 대가 심정순의 손녀. 가야금 명인 심상건의 조카. 인간문화재 판소리 명창 심화영의 조카. 

데뷔 전에 미8군 부대 전용 클럽에서 드럼 주자로 활동.

20살에 청와대 연회에서 대통령과 나훈아 앞에서 노래를 부르다 픽업.

나훈아의 주선으로 시작한 음반 작업은 발매가 되지 않았지만 78년 대학가요제에서 큰 인상을 남기고 가요계에 입문.


심수봉 앨범


심수봉沈守峰은 유전자 속에 이미 대가들의 음악을 기록하고 태어났다. 그리고 그 재능을 가수로 발휘한다.

피아노와 재즈를 배웠다고 하지만 그녀가 만들고 부른 곡들은 트로트로 분류된다.

트로트계에서는 독보적인 싱어송라이터다.

판소리 명창의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짙고 한스러운 음색이 나올법한데, 그녀의 목소리는 파스텔과 수채화를 섞은 느낌에다 약간의 콧소리가 가미된 독특한 음색이다.


1955년생인 그녀가 공식적인 데뷔무대인 대학가요제에서 부른 곡은 '그때 그 사람'이다. 23살에 만들고 부르기엔 지나치게 완숙한 느낌 때문일까? 그녀가 대학가요제 본선에서 입상하지 못한 이유는 '너무 프로 같아서'였다.

물론 그녀는 너무 프로 같았다. 그 당시의 자료를 보면 한창 활동을 하던 시기와도 다르지 않다. 10년은 활동한 사람처럼 흔들림 없고 정확한 음정과 완숙한 노래를 불러준다.



2007년 11집까지 꾸준히 앨범을 발매한 그녀는 드라마틱한 인생의 주인공이다.


대가들의 유전자를 받아 태어나고 어린 시절부터 전문 음악가로 활동하지만, 역사의 바람 앞에서는 흔들리는 한 송이 꽃일 수 밖에 없었다. 1979년 10월 26일, 대통령 박정희가 총에 맞던 그 순간 옆에 있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고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하게 된다. 그리고 방송출연 금지. 1984년, 5년 후에야 다시 활동을 하게 되지만, 이듬해인 85년 아들을 생각하며 만든 곡 '무궁화'가 방송 하루 만에 금지곡이 된다. 그 당시에는 어쩌면 흔한 일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아들을 생각하면 만든 곡에 정부는 '국민을 선동한다'는 딱지를 붙인다.



요즘엔 즐거운 트로트가 많아졌다. 하지만 심수봉이 활동하던 시절의 트로트는 대체로 우울한 분위기가 많았다. 흐름 때문인지 그녀의 개인적인 정서 때문인지 심수봉의 노래들은 역시 우울한 정서를 담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우울함은 슬픔과는 다른 느낌이다. 한이 서린 그런 슬픔과는 다르다. 몇 번쯤 내면에서 자라고 꺾이며 스스로를 이해하게 된 어른이 된 감정이라고 할까?

비슷한 이유로 그녀는 소리를 지르거나 울부짖지 않는다. 어쩌면 그게 더 큰 슬픔을 표현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우리들 마음속에서 눈물이 흐르기 때문이다.


심수봉


라디오 프로를 진행하고 영화에도 출연했던 그녀는 2014년 현재도 활동 중이다. 이제는 '평범한 연예인들'처럼 무대에서 노래하는 그녀는 정말 평범해진 걸까?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 마음속에 비가 내린다.

안개에 가까운 고운 비가 세상을 적신다.

그리고 그 빗속에서 모두가 그리워하는 그때 그 사람을 만난다.

그 만남은 기쁘지도, 그렇다고 딱히 슬프지도 않다.

만남은 만남일 뿐이고 그 뒤에 흐르는 음악이 오히려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독특한 음색과 독특한 노래, 

음악 속에서 격동의 시대를 만나 함께 휘청이며 춤을 추던 그녀의 노래 속에서 우리는 그런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게 된다. 사랑밖에 모르는 한 명의 아름다운 여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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