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내리는 날, 200일도 아직 멀었는데
태어나서 대부분의 시간을 비가 많이 내려도 크게 걱정할 일 없는 생활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도시에서는 그랬습니다.
얼마 되지 않는 작은 텃밭의 고랑에 물이 고일까 봐 빗속에 우산을 쓰고 어설픈 자세로 삽질을 하던 모습이,
우비에 장화를 신은 노련한 농부의 모습이 되려면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까요?
눈앞에 버티고 있는 숲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이 강물처럼 불어나고,
그 물에 흙이 섞여 내려오기 시작하면 자연의 거대한 힘이 느껴져서 가슴이 쿵쾅거리고,
낡은 지붕에는 언제나 조금씩 쌓인 나뭇잎이 배수구를 막아,
조금만 비가 많이 오면 손전등을 들고 지붕에 올라가는 생활이 이젠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이 계절에 집안은 온통 습도 높은 공기에 점령당해
천으로 만든 것들은 전부 눅눅하게 무게가 늘어나고
조금씩 곰팡이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비가 그친 새벽엔 집 주변이 온통 구름 속에 들어온 것처럼 짙은 안개에 싸이고
새들의 노랫소리와 함께 아침을 맞이합니다.
겨울이면 영원히 적응하기 어려울 만큼 춥지만,
비가 오면 여전히 불편하고 두렵기도 하지만,
이 새로운 세상에서,
한 발짝 자연 속에 들어와 살 수 있게 된 사실에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블로그에 날마다 글을 올리는 게 조금 지쳐가는 시기에 비마저 의지를 꺾는 데 한몫을 합니다.
6개월도 이렇게 쉽지 않은데,
몇 년을 끊임없이 계속해오신 분들을 생각하면 정말 존경심이 우러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돌아보면 정신없이 성실했지만, 대체 무슨 목적으로 올린 글들인지 그 일관성 없는 맹목의 글들을 보면 스스로가 한심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 있었던 게지,
약간의 후회와, 약간의 절망과, 아주 조금 남은 열정으로
기억 속에 들어있는 선배들의 조언을 꺼내 봅니다.
200일이 되려면 아직 한 달도 넘게 남았는데,
200일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많이 와버린 느낌이 드네요.
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꾸준히 갈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아 보렵니다.
언제나 장마가 끝나면 뜨거운 여름이 절정을 맞이하고
그 끝엔 감이 익는 가을이 기다리는 것처럼,
지친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 열매를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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