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상

기성용과 칼럼니스트,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킨 건 누구?



기성용과 칼럼니스트,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킨 건 누구?


기성용의 SNS 얘기가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습니다.

대선배에 대한 무례함, 공인으로서의 태도, 국가대표가 가져야 할 책임감, 비겁한 대응, 등등의 비판이 주류를 이루고 있네요.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럴만한 비판이 대부분이더군요. 공감이 되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이 사건을 보도한 칼럼니스트의 태도입니다.

그분은 왜 비밀 탐정처럼 한 선수의 개인 SNS를 파헤친 걸까요?



우리가(보통 대중을 의미하는 뜻에서) 스타연예인이나 국가대표급 운동선수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들에게 원해서는 안 되는 건 무엇일까요?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서 사랑을 받고 그로 인해 말과 행동이 크고 작은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경우에 우리는 그들을 공인이라고 합니다. 사회적으로(법적인 의미가 아니라는 뜻에서) 그들은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대신 일정 부분의 책임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공인에겐 사생활의 영역이 점점 줄어드는 만큼 인기와 책임은 늘어나게 되는 거지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공인들의 말과 행동에 별로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영향을 받지 않는 건지, 영향을 받는 부류와 받지 않는 부류 어느 쪽이 더 나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청소년들이나 어린이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걸 무시하자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이 사회의 구성원 가운데 많은 수의 사람들이 별로 영향을 받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점과, 대체로 그런 사람들은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싶은 겁니다.


그러니까,

축구선수나 가수가 도덕적으로 (도덕적이라는 건 시대와 상황을 반영하기에 참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완전해야 한다는 건 억지스럽다는 생각입니다. 

오해가 있을까 봐 미리 제 의견을 밝히겠습니다만, 이런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저 역시 기성용 선수의 태도와 발언이 사실이라면, 처음에 언급했던 것처럼 무례함과 비겁함 쪽에서 비판을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하지만, 그 칼럼니스트는 대체 왜 그랬을까요?


국가의 위기라고 생각했을까요?

기성용 선수를 바로잡아 대한민국 축구의 중흥을 이어가려는 목적이었을까요?

공인의 태도를 비판하고 세상에 알려서 일벌백계의 교훈으로 삼으려는 의도였을까요?

기성용 선수가 비겁한 대응을 했다고 알려서, 남자는 정정당당히 상대와 대면해서 싸워야 한다는 걸 후세에 알리고 싶었을까요?


이 사건과 관련해서 전직 국가대표 감독들과 한 다른 언론사의 인터뷰를 보니 대부분 균형 잡힌 의견을 갖고 있는 것 같더군요. (관련 기사)


분명 기성용 선수가 여러 가지로 잘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도 별로 잘한 건 없습니다. 비겁하긴 마찬가집니다. 농담이랍시고 어린 선수 험담이나 하고 다니는 게 어디 국가대표 감독의 태도입니까? 그야말로 직접 앞에서 꾸짖었어야죠. 자질이 문제라면 그야말로 선배가 더 문제 될 일입니다.



문제는 이런 내용을 지금 기사화해서 터뜨린 그 칼럼니스트의 이기심입니다.

언론은, 언론이라는 이름의 권력은, 유치하고 미숙한 개인의 철학으로 세상을 판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중도층은 축구 선수를 우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저 좋은 팀워크로 개인기를 십분 발휘해서 좋은 결과를 얻어오기를 응원할 뿐입니다. 축구기사에 목숨 거는 소수의 열혈팬들을 겨냥하고 그들을 선동하는 이런 폭로식 기사를 쓰면서 마치 애국자라도 된 양 처세하는 게 문제라는 말씀입니다.


맞습니다. 이건 선동입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던 대다수를 끌어들이는 선동적인 기사입니다.

다른 사람의 태도에 대해, 그게 공인이든 아니든, 자신의 기준을 들이밀며 가르치려 드는 사람은 우선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그럴 수 없다면 그것을 문제 삼아선 안된다는 얘깁니다.

설사 본인이 성인이라고 해도 그럴 권리는 없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사람과 신문에 글을 쓰는 사람은 분명 다릅니다.

사회적인 책임을 얘기하려면 신문에 글을 쓰는 본인을 먼저 돌아봤어야 옳습니다.

그리고 이 기사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부정적인 파급을 줄지 생각했어야 합니다.

그게 언론인의 책임감입니다. 

가십거리를 찾아 대중을 자극하며 그로 인해 자신이 이익을 얻으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야말로 언론을 이용하는 것에 불과한 겁니다.


기성용의 SNS가 무슨 고발프로그램에서 추적해야 하는 것과 같은 사회적 문제인지,

아니면 그런 내용을 기사화하는 게 사회적 문제인지 심사숙고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