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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자연주의 출산

자연주의 출산 이야기 (10) 병원에서 출산하지 말아야 할 이유



10. 병원에서 출산하지 말아야 할 이유


인간이 언제부터 출산을 '계획'하게 됐을까?

수많은 종류의 동물이 있지만 '아무 때나' 임신이 가능한 건 인간뿐이라고 한다.

다양한 환경 요인과 유전적인 요소가 여러 세대에 걸쳐 내려오면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굳어졌을 테지만, 이런 특별하고도 분명한 차이점은 문명화가 가장 큰 요인이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대개 동물들은 1년 중 가장 적당한 시기에 임신을 하게 된다. 임신 기간과 새끼를 키우게 될 계절이 중요한 변수다. 자신만의 울타리를 치기도 하고, 남의 보금자리를 빼앗기도 하면서 각각의 종에 맞는 종족 번식 프로그램을 완성해 온 것이다.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게 되고 불을 이용하면서 급격한 문명화의 길을 걷게 되자 더 이상 다른 동물들처럼 자연환경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게 된다. 물론 늘 안정적일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보면 언제라도 아이를 낳아서 기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점이 인간의 종족 번식에 가장 효과적인 선택이 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관심이 가는 부분은 그 이후다.

문명이 발전해서 도시화가 진행되고 의사가 직업으로 등장을 한 건 아직 몇백 년 되지 않는다. 그 이전에는 모든 가정에서 아이를 직접 '받았다'. 경험 많은 할머니와 어머니들이 중심이 돼서 출산을 도왔고 그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도시화는 가속화 됐고 가족은 소규모로 축소되기 시작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대부터 국가적으로 인구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인구를 줄여야 국가가 살 수 있다는 정치·경제적 관점의 판단으로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구호는 하나만 낳는 게 더 좋다는 것으로 변했고 구호와 함께 사람들의 생각도 바뀌어갔다.



대가족은 사라졌고 핵가족이 당연한 모습이 됐으며 집에는 이제 출산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찾는 게 어려워졌다. 당연히 집에서 아이를 '받는' 건 어려운 일이 됐다. 60~70년대 만해도 아이를 직업적으로 받아주는 '산파'가 있었다. 대부분의 마을엔 산파가 한 명씩 있었고 덕분에 아이를 낳는 일이 '아직까지는' 병원에 가야 할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이를 낳는 사람이 줄고 직업으로의 산파는 안정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졌다. 결국 산파는 점점 줄어든다. 게다가 흑백 TV에서는 초가지붕과 굿산파를 몽땅 묶어서 미개하고 뒤떨어진 '창피한 문화'라고 떠들었다. 중국이나 일본에 대한 사대주의적인 정신의 소유자들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많은 전통과 전래 문화가 굿과 산파를 품에 앉고 사라져갔다.


시간이 30년쯤 흘렀다. 그렇게 긴 세월이 아님에도 사람들 마음속에는 이미 30년 전에 입력된 정보가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출산에 관한 건 선진국도 마찬가지였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도 어리석은 인간이 사는 곳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짧은 기간, 급속도로 성장한 문명은 깊은 지혜의 시각을 가질 수 없었고 위대한 자연을 이해하는 건 불가능했다. 인간은 손바닥만 한 지식으로 자연을 다 안다고 오만을 부렸다. 하지만 그 시간은 겨우 30년, 한 세대에 불과했다. 이제 인류는 다시 그 이전의 시각을 회복하려고 노력 중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건 그 오만했던 한 세대가 지금 우리의 부모 세대이며 현대 사회의 중심을 이루는 세대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여기까지가 아내가 병원에서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선언의 배경이 되는 셈이다.


"인간을 제외하고 어느 동물도 병원에서 새끼를 낳지 않는다구!"


하지만 1달 전까지만 해도 아이를 낳을 병원을 찾아다녔던 사람으로서, 좀 과격한 변화라고 느끼는 건 당연한 거다.

게다가 출산은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통계적으로 출산 시 임산부의 사망률이 1985년엔 10만 명당 442.7명에 이르렀다. 병원 입원사망의 경우는 10만 명당 170.3명이다. 다른 곳에서 출산 후 병원에 이송한 경우의 사망자가 272.4명으로 60% 가까이 많다.(1985년 3월 18일 동아일보 기사) 2011년 통계는 10만 명당 17.2명이다. 꽤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 수치 역시 OECD 다른국가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산모의 고령화 때문이라고 한다.


"맞아, 하지만 단순히 수치만 보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아내의 논리는 이렇다. 

우선, 병원에서 출산하는 게 잘못됐다거나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병원출산이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 한때 국내 제왕절개 비율이 40%를 넘겼던 적도 있다. 실제로 특별한 준비가 없어도 제왕절개는 3% 미만의 산모에게만 해당되는 최후의 수단이다. 만일 출산호흡과 명상 등을 동원하면 제왕절개 비율은 1% 미만으로 떨어진다. 즉, 한때 2명 중 한 명이 제왕절개를 했던 건 절대적으로 필요해서가 아니었다는 결론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2가지로 보는데, 우선 병원 측에서 권유하기 때문이다. 병원 측에서는 만일에 발생할지도 모를 불상사를 사전에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수술을 권유하기도 한다. 출산 후 산모 사망률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산모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수술로 다음 아기를 낳는 것부터 여러 가지 수술 후유증까지, 원치 않는 부정적인 결과를 함께 가져가야 한다.

그리고 산모 자신이 산통을 참지 못하고 두려움에 제왕절개를 해달라고 하기도 한다. 이것은 충분히 자연적인 방법으로 분만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 안전성을 모르기 때문에 생긴 두려움이 핵심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부정적인 통계에 대한 건 이 정도로 해두고, 그 밖에도 병원에서 출산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러가지 있어."


또 다른 이유가 여러 가지!


"예전엔 오히려 병원에서 사망하는 비율이 높았던 거 알아? 병원에서 감염된 환자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야. 의사들이 손을 씻지 않았거든."


이런! 그건 아주 옛날 얘기가 아닐까?


"물론 아주 옛날 얘기지. 하지만 이런 기록이 시사하는 건 바로 병원이 안전지대가 아니라 여전히 변화 중인 기관들 가운데 하나라는 거야."



아내는 병원출산의 역사와 산모들의 두려움을 매개로 한 약물과 시술, 수술 등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길고 무시무시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결론은,


"출산 전까지는 병원에 가서 건강을 점검하고, 조산원에 가서 출산을 하는 게 지금 내 결론이야."


그러면서 내 의견을 물었다. 

나?

나는 의견을 이야기할 만큼의 정보가 없었다. 막연한 정보와 느낌뿐이었다. 

그걸로는 결론을 낼 수가 없다. 아이를 낳는 일은 최소한 2명의 생명이 달린 문제니까.


우리는 일단 결론을 유보하고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는 데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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