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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유감, 유명인들로부터 표절당한 사람의 입장이 된다면?



표절 유감, 유명인들로부터 표절당한 사람의 입장이 된다면?


막상 경험해보기 전엔 알 수 없는 감정이 있다.


언젠가 10살 소년 4명에게 '짝사랑하던 여인이 사랑을 받아줬을 때의 감정'에 대해 설명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있었다. 어떤 비유를 들어도 그 소년들에게서는 '원하던 것을 얻었다'는 단순한 욕구충족의 감정 이상은 공감을 얻기 어려웠다.


10살 소년은 이성 간의 사랑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리고 첫 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년은 이성 간의 사랑이 순수하고 정결하기만 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은 경험하고 성장하며 체득하게 되는 감정이다. 호르몬이 분비되고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하나가 된 완벽한 감각의 순간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감옥에서의 수감생활이 힘들다고 아무리 실감 나게 설명해도, 막상 본인이 억울하게 갇혀보지 않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비유가 너무 멀리 가긴 했지만, 뭐 경험하지 못한 상대의 감정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사진출처 : 위키미디어


누군가 표절 시비에 시달리는 걸 봤다. 그리고 이어서 또 다른 누군가가 같은 처지가 된다.

그리고 거기에 대응하는 모습이 언론에 크게 부각된다.

한 사람은 억울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진행하던 방송을 그만두고, 다른 사람은 학위를 반납하겠다고 한다.

대중은 누구가는 비난하고 누군가는 지켜보며, 누군가에겐 쿨하다는 표현으로 그 행위를 칭찬한다. 당시엔 표절에 대한 의식이 없었다는 게 유일한 변명이었으니 쿨하긴 하다.


헌데,


표절을 당한 입장에서는 그게 쉽지 않다.

내가 쓴 글을 누군가 베껴서 마치 자신의 창작인양 버젓이 세상에 내놓으면 어떤 감정이 들까?


당해보면 이게 정말 끔찍하게 수치스럽다는 걸 알 수 있다. 마치 은밀한 내 비밀을 가져다 자기 것으로 위장해 놓은 걸 보는 기분이다. 어찌 보면 성희롱을 당한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당연히 자신의 것을 강제로 빼앗긴 기분이 든다. 내 아이 사진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끔찍하다. 


▲사진출처 : FreeThoughtBlogs


두 번째, 내가 쓴 책을 누군가 가져다가 팔아서 돈을 번다. 이건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다. 그냥 아무 일 없이 걷고 있는데,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아주 세게 뒤통수를 치고 내 주머니를 털어 달아난다. 나는 그 사람의 얼굴도 보지 못했다. 나는 주머니에 있는 걸 빼앗겨서 가난해졌고 그 사람은 내 것을 빼앗아 풍요로워진다. 억울하다. 


더구나 이건 내 '주머니에 있는 돈' 정도의 가치가 아니다. 며칠을, 몇 달을, 때로는 몇 년에 걸쳐서 만든 '그 무엇'이다. 농부의 곡식일 수도 있고, 건축가의 건물일 수도 있다. 학생에겐 자신의 이름으로 합격한 합격증일 수도 있다. 빼앗겨서 생기는 억울한 감정과 '그 무엇'과 함께 사라진 내 안의 가치 때문에 생긴 공허함이 나를 지배한다.


표절한 사람에겐 실수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표절을 당한 사람에겐 치명적인 감정적 상처가 남는다. 이건 단순히 재산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사진출처 : FBI


생각해보자,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자기 연인이라고, 

당신이 사랑하는 아이의 사진을 자기 아이라고,

당신이 사랑하는 부모의 사진을 자기 부모라고,


공개적인 곳에, 

블로그에, 책에, 논문에, 그리고 방송에서 주장한다면,

그때 당신은 어떤 감정이 느껴질지를 말이다.


충분히 느끼고 나서, 

그 감정을 공감하고 나서, 

그다음에도 그게 실수였다고 쿨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


실수로 강간을 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게 사랑의 방법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건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기 때문에 범죄가 되는 것이다.


표절도 이와 다르지 않다.

나는 쿨한 사람에게도 박수를 치겠지만, 그보다는 양심적인 사람에게 박수를 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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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6 - [블로그] - 저작권 침해, 불법 복제 게시물을 만드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