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주의 출산 이야기 (7) 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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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 출산 이야기 (7) 임신

명상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 앉혀준다. 

덕분에 생각이 하나로 모이고 선명한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명상을 시작한 지 2개월 만에 임신을 계획했다.

▲사진 출처 www.dimensionhealth.org

"모든 걸 다 알 때까지 기다리는 건 아닌 것 같아. 그렇지 않아?"

맞는 말씀이다. 모든 걸 다 알 수도 없거니와, 어떤 일이라도 그런 식으로 진행하다 보면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을 거다. 더구나 웬만큼의 사전 지식은 갖게 되었고 아내는 몸이 따뜻해졌기 때문에 이제 아이를 가져도 충분하다고 생각이 된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임신하는 경우도 얼마나 많겠어."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경우와 비교하며 우리는 나름대로 정당성을 만들었다.

"명상을 하면 기운이 단전에 모여서 태아에게도 많은 영향을 줘요. 그러면 당연히 건강하고 차분한 아이가 태어나는 거죠."

명상을 지도해 주던 분의 말씀이 힘을 보탰다. 

그리고 딱 한 달이 지났다.

아내는 계속 임신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 안달했다. 

"테스트는 최소한 며칠이 지나야 가능합니다."

"며칠이나요?"

임신테스트기를 사면서 들은 얘기다.

"뭐, 일단 오늘 임신이 됐다고 가정하면 최소한 일주일은 지나야 호르몬이 달라져서 이 테스트기에 나타나는데요, 정확하게 알려면 아무래도 생리 예정일이 지난 다음에 해 보시는 게 좋아요. 그때는 정확도가 거의 99% 정도 되니까요."

아직 생리예정일까지는 10일 정도 남았다.

"2개 주세요."

아내는 다음 날 아침 한 개를 사용했다.

임신이 되지 않은 걸로 나타났다. 몹시 실망한 얼굴이었다.

"지금은 오차확률이 높다니까, 다음에 다시 해보지 뭐."

아내는 대가족을 꿈꾼다. 그렇게 많은 가족이 북적거리는 집을 보면 행복이 느껴진다고 한다. 

"김 서린 창문, 따뜻한 방바닥, 밥 짓는 냄새, 냉장고 속 장조림…"

아내의 행복 아이콘들이다. 

"참 쉽지? 나 행복하게 해주는 거?"

그럴지도 모르겠다. 

둘만 살던 집에 다른 사람이 함께 사는 건 어떤 기분일까? 우리 두 사람을 닮은 작고 여린 생명이 이 집에서 함께 산다는 생각은 좀처럼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아직 임신을 한 것도 아닌데, 아내는 좀 많이 앞서 가고 있는 것 같았다.

아내는 매일 자신의 신체를 살핀다. 벌써 변화가 보일 리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아내는 마치 임신을 한 사람처럼 느끼고 싶은 것 같다. 혹시 임신이 아니라면(그럴 확률이 훨씬 높다) 아내는 많이 실망을 하겠지. 생리예정일까지 열흘 동안 나는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생리예정일까지 이틀 남은 어느 날, 

아내는 이른 아침에 조용히 침대를 빠져나갔다. 나를 깨우고 싶지 않아서 살금살금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나는 깨어 있었다. 아내의 임신에 대한 간절함이 나를 잠 못 들게 했기 때문이다. 화장실에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이틀을 못 참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아내는 예정일보다 먼저, 하나 남아있는 테스트기를 꺼내 든 것이다.

아내가 그렇게 기뻐하는 건 처음 봤다. 연애 중에도, 결혼을 하는 과정에서도 이렇게까지 기뻐하는 일은 없었다. 나는, 아내가 기뻐하는 게 기뻤다. 

그리고 당연히 임신을 했다는 사실이 기뻤다고 말해야겠지만, 사실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당연한 얘기지만, 배가 나온 것도 아니고 입덧을 하는 것도 아니고 겉으로 봐서는 아무런 변화도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때 실감을 하지 못한 건, 사람이 사람을 열 달간 뱃속에 품고, 그 아이가 엄마의 몸 밖으로 나와 숨을 쉬며 새로운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로 탄생하는, 이 모든 경이로운 일들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날 우리는 병원을 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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