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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자연주의 필수 아이템

MSG가 안전하다뇨?



<MSG 안전하다뇨?>


MSG, 한국만 '독극물' 취급...감칠맛 잃어 간다

3월 4일 국민일보 기사 제목이다.
이 기사에서는 한국인들이 과거에 있었던 대기업의 경쟁 광고때문에 MSG를 오해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있다.
전세계적으로 미얀마를 제외하고 MSG를 금지한 나라가 없다고 한다. 선진국에서는 MSG를 안전한 조미료로 인정하고 있단다.
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정부도 MSG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MSG를 먹어도 된다, 아니 먹어야 한다는 말씀이다.

두 가지로 생각을 해보자.

첫 째는, 진짜 MSG의 정체에 관한 점이다.
이 기사의 논지는 자연식품에도 MSG가 존재하며, 가공된 MSG에는 나트륨의 함량이 12%수준으로 낮기 때문에 오히려 건강에 좋다고 한다. 식품생명공학교수 류모씨는 "된장, 간장, 고추장에도 다 들어가 있다. 소금으로 간을 보는 것보다 천연재료로 간을 보는 게 더 낫다."고 주장한다.
이 기사에는 반대의견이 없다. 기사 말미에, 반대의견이 있지만 보도되기를 꺼려해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는 듯한 분위기의 얘기를 할 뿐이다. 그리고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MSG의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언급을 꺼려할 거라는 추측을 하고있다.(국내에는 MSG 생산회사가 한 곳 뿐이라고 알려져있다. 그러니까 업계 관계자라는 게 그 생산회사 관계자를 뜻하는 건지, MSG를 첨가해서 식품을 만드는 식품 업계 전반을 의미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2008년 10월에 발행된 한계레21에는 'MSG는 자연물질이잖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상반된 얘기를 하고있다.

"자연식품에 들어 있는 MSG와 인공조미료의 MSG는 천지 차이입니다. 자연식품에서는 MSG성분이 유리된 형태로 존재하는 일이 없습니다. 항상 다른 아미노산이나 당류 등과 결합된 형태, 즉 '복합체' 형태로 존재하지요. 이런 MSG성분은 우리 몸에 들어가면 정상적인 대사과정을 거쳐 적재적소에서 잘 활용됩니다. 그러나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MSG성분은 모두 유리된 형태를 띠지요. 이렇게 유리된  MSG성분이 몸속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혈액으로 흡수됩니다. 평소보다 혈액 내 농도가 20~40배나 높아지죠. 이 고농도의  MSG성분은 지체없이 뇌세포를 공격합니다."

미국 신경외과 의사인 미시시피대학 러셀 블레이록 교수의 설명이다.

(중략)

MSG가 남용된 정크푸드를 오랜기간 먹고 파멸의 문턱에까지 갔던 미국의 주부 저널리스트 데비 앵글리시는 금력으로 무장한 식품업계의 강력한 로비 때문에 이 인공 물질의 발톱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개탄한다. 앵글리시에 따르면, 일부 학자들의 무책임성·비윤리성도 지탄받아야 할 공범이다.
(한겨레21)

▲MSG 현미경 촬영 이미지


MSG는 맛이 뇌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작용을 한다. 뇌는 MSG를 통해 감칠맛을 느낀다. 즉, 일종의 신경전달에 관여하는 물질인 셈이다. 뇌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상태보다 20~40배 높은 상태를 결코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이 점이 신경외과의사나 뇌과학자들이 주장하는 점이다. 식품이나 미생물을 연구하는 사람들과는 관점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국민일보는 이 기사나 관련 정보는 알고 있었을까? 
모르고 썼다면 왜 이런 기사를 쓴 걸까?
국민들이 MSG를 많이 먹고 건강하시라고?

이게 두 번째 의문이다.

MSG가 자연물질이라는 주장은 나트륨이 자연물질이라는 주장과 똑같은 얘기다. 
나트륨 역시 천연물질이다. 천연소금은 많이 먹어도 몸에 해롭지 않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다만 정제과정에서 구성 성분이 달라지면서 '소금은 많이 먹으면 해롭다'는 인식이 생긴것이다.
설탕도 마찬가지다. 단 음식이 나쁘다는 건 정제된 설탕때문에 생긴 결과다. 순수한 당분은 결코 공장에서 나온 설탕처럼 해롭지가 않다. 정제과정에서 단맛을 제외한 다른 성분을 모두 제거해서 오직 한 가지 맛성분만 우리몸에 흡수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MSG가 발효과정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사실은 화학조미료가 아니라 발효조미료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발효과정 끝에는 아무런 공정이 없는걸까? 나트륨을 첨가해서 그걸 하얀 가루로 만드는 건 어떤 공정이라고 주장할까? 자연상태에서 발효를 했더니 하얀가루가 됐다고 할텐가?
이런 내용을 식품생명공학교수가 몰랐을까? 만일 알고도 위와 같은 주장을 했다면, 그건 국민을 상대로 독극물 공격을 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1968년, 중국계 의사인 로버트 곽이 뉴욕의 중국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은 뒤 속이 메스껍고 목과 등, 팔이 저리고 마비되는 느낌과 함께 갑자기 심장이 고동치는 것을 경험하고 이를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기고하면서 '중국음식점 증후군China Restaurant Syndrome'이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그 후 수 십년 간 학계에서는  MSG의 유해성 논란이 계속됐다. 그러나 1978년과 1980년. 미국 FDA가 MSG의 무해성을 검증하였고, EU식품 과학위원회도 동물실험에서 MSG가 아무런 독성효과도 유발하지 않음을 검증했다.
2010년 3월엔 우리나라 식약청도 MSG의 무해성을 발표한다.
그러나 여전히 학계에선 논쟁이 치열하게 계속되고 있다.

FDA와 EU식품 과학위원회, 그리고 우리나라 식약청은 왜 위와 같은 발표를 한 걸까?
생필품도 아니고, 먹지 않아도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MSG가 무해하다는 걸 굳이 발표하게 된 경위는 어떤 걸까? 누가 이런 결과를 연구하고 발표하도록 종용하지는 않았을까? 
왜 어떤 학자들은 MSG가 독성물질이라고 강하게 주장하는 걸까? 그들 역시 MSG에 반대되는 조미료를 만드는 기업이 후원하고 있는걸까? 아니면 진실과 양심에 따른 행동일까?

MSG를 생산하는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MSG가 유해하다는 연구결과가 없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건 인간의 과학기술이 그 유해성을 증명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과거에 지구가 둥글다는 걸 증명할 수 없었던 시절에는 네모난 지구가 진실이었단 말인가? 비약이 지나친 감이 있지만 이건 '유해하다는 연구 결과가 없으니 안전하다'는 식의 발상에 대한 반박일 뿐이다.

포스팅 준비를 위해 검색을 하다가 2월 19일자 MSG 관련 기사가 몇 건 눈에 들어왔다.

이 날짜 조선비즈에는 MSG를 사용한 포카리스웨트가 '아기에게 물대신 먹이세요'라는 광고를 하면서 MSG 사용 사실을 숨겼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물론 MSG가 전혀 문제 없다는 얘기를 강조하고 있다. 이미 2월 초에 이 사건에 대한 기사가 한차례 나간 뒤 보름이나 지나서 이런 내용의 기사가 왜 나왔을까?
이 내용에 이어 다른 신문에서는 'MSG 제3의 사카린 되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아무런 근거 없는 발암물질 설 때문에 사양길로 접어든 사카린과 MSG가 같은 운명을 걷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의 끝부분에는 MSG를 생산 수출하는 우리나라 기업을 직접 언급하고 있다. 
또 다른 신문에서도 같은 날, 'MSG는 유해물질? 알고 먹으면 안전한 천연 조미료'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사건 사고도 없었는데 같은 날 이렇게 많은 기사가 올라간 건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양쪽 정보를 다 가지고 있지 못한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신문에 기사화된 내용을 믿지 않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최소한 언론은 이런 예민한 문제에 관해서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게 언론의 양심이며 책임이다.
언론이 직접 증명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리고 그게 건강과 직접 관련된 심각한 문제라면, 
얼굴 없는 누군가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양심에 비춰 기사를 써야한다.

나는 소금 대신 MSG로 간을 맞추는 따위의 일은 하지 않는다. 
그게 내 몸이 내게 들려주는 소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