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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맘

친정집 같은 제주 민박, 애월 토모루


에어비엔비 사이트를 한참을 서성거리다 그림처럼 예쁜 집 앞에 한참을 머물렀다.

아직 걷지 못하는 두 살 딸과, 자신이 지구를 구하는 카봇이라 믿는 4살 아들을 데리고 9박 10일간의 여행을 떠나려면 숙소에 대해 민감해질 수 밖에 없다.



너무 번화하거나, 혹은 너무 외지거나, 청결에 문제가 있거나, 높은 침대가 있거나, 아침밥을 주지 않는 곳은 아무리 예쁘고 저렴해도 묵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곳 토모루는 최소한 사진상으로는 나에게 최적의 숙소였다.


하지만 그동안 여행을 다녀보면서 알게 된 작은 사실 한가지는 대부분 사진과 현실은 조금 다르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그림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랬다.

정말 사진과는 조금 달랐다.


오히려 더 깔끔하고 고급스러웠다.

정성 들여 만든 수공예품 같은 느낌이었다.



현관을 들어서면 잡지에서 봤을 법한 거실과,



여자의 로망과도 같은 예쁜 주방이 있다.

상부 장안에는 민박집 호스트가 직접 만든 도자기 그릇들이 가득한데, 이제 시작하셨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운 그릇들이었다.

하부 장에는 여러 가지 양념들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친환경 제품들이었고, 

그것들은 편하게 쓰도록 해주셨다.

작은 플라스틱 약병에 바리바리 싸간 양념들은 며칠 안되 동이 났었는데, 덕분에 작은 양념 찾아 마트를 헤매지 않아도 됐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들어서면 소나무 향이 신기할 만큼 강하게 난다.



그리고 이렇게 문을 닫으면 1층과 완전히 독립된 공간이 된다



2층에는 방이 두 개 있는데, 그 사이에 이런 거실 공간이 있고, 아주 넓은 화장실도 있다.

저기 선반에 가득한 보드게임은 카봇아들이 완전 애정했었다.

숙소에 있는 시간을 즐겁게 해준 고마운 녀석들이다.



우리 방과 마주한 방은 경치가 끝내주는 베란다도 있었다. 



콜택시로 여행을 다닌다는 말에 호스트께서 이렇게 정리를 해주셨다.



갓 딴 제주 당근은 말랑한 복숭아만큼이나 과즙이 풍부하다.

내가 알던 당근이 아니다.

요구르트, 우유, 커피… 사진보다 더 많은 음식들이 식탁 위에 올라와 있었다.

1박에 5만 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에 미안하리만큼 푸짐하고 맛있는, 그리고 정갈한 식사였다.

늘 밥을 차려주다 누군가가 해주는 집밥, 게다가 맛있는 집밥에 마냥 좋았다.

게다가 수유부라고 다음날은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푸짐한 한식을 차려주셨다.

식탁 다리가 튼튼해서 다행이다.



여기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며 독서라도 했으면 참 좋았겠지만,

나에겐 아직 걷지 못하는 아기와, 반대로 잠시도 서 있지 않는 아들이 있다.



마지막 날 밤,

아이들이 잠들었던 시간,

호스트분들께서 아이들이 깨면 알려주시겠다며 밖에서 은하수를 보며 여유의 시간을 보내라고 하셨다.



세상에,

그렇게 아름다운 은하수가…

폰카에 이렇게 나왔다…….- -;;;

하지만 지울 수 없었다.

암흑 같은 이 사진을 보면 그날의 은하수가, 얼마 만에 가져본 건지도 모를 그 여유의 시간이 고스란히 나에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만약에 친절함에 색깔이나 무게 같은 것이 있다면,

토모루의 두 호스트 두 분의 친절함은

‘묵직한 카키색’이라고 느껴진다.


자연스러운 그러나 깊은, 인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느껴지는 그런..


여행이라고는, 더군다나 어린 아기들과 다닌 여행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두 아이를 재운 이 황금 같은 시간, 재밌는 영화 대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은

돌발상황이 난무했던 정말이지 쉽지 않은 여행에 친정 언니와 같은 든든함으로 우리 세 사람을 도와주신 두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레는 제주여행을 계획 중인 누군가가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보고 계신다면, 예쁜 집과, 맛과, 친절함을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곳에서 제주도의 친정 같은 곳으로 남아주시길 바라본다.



(숙소 링크입니다)

https://airbnb.com/rooms/13643789?s=41&user_id=11651390&ref_device_id=197328343ece9eb2d8fb3d9857f9f231b1e286a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