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인베이전 World Invasion: Battle LA, 사실이라고 느낄 만큼의 감동

월드 인베이젼 World Invasion: Battle LA, 사실이라고 느낄 만큼의 감동


“좋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작업은, 지금 눈앞에 어떻게 이리도 강력한 환상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 묻는 우리 뇌의 영역을 완전히 마비시키는 것이다. 좋은 이야기는 환상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말 그대로 진짜처럼, 삶처럼 느껴진다.”

-리사 크론Lisa Cron,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



네이버 평점 7.52 전문가 평점 4.08의 초라한 성적을 기록한 영화 월드 인베이젼 World Invasion: Battle LA은 미국 LA에서 벌어진 외계인들과의 전투를 담은 영화다.

[세계 침공:LA 전투]라는 제목에서 오해하기가 더 어려울 만큼 분명한 배경과 소재를 알려주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관객들은 LA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의 지역적인 배경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요약하면 '세계침공이라고 해 놓고 왜 미국 LA에서 벌어지는 전투만을 보여주는가'와 '이 영화는 미 해병대 모병용 홍보 영화다' 정도의 내용이 대부분이다.

물론 평점 8점 이상이 64%라는 걸 생각해보면 위와같은 비판은 극히 일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문가 평론을 보면 거의 이구동성으로 위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10점을 주고 감동에 빠진 사람들은 누굴까?

아무 생각 없이 거대 미디어가 던져주는 걸 받아먹는 무지한 대중에 불과한 걸까?


좋은 이야기는 환상으로 느끼지 않는다. 좋은 영화도 마찬가지다. 리사 크론의 말처럼 진짜처럼, 삶처럼 느껴지는 좋은 이야기-혹은 좋은 영화는 어떤 요소를 갖고 있을까?


World Invasion: Battle LA,


외계인의 지구침공은 비행접시를 타고 거의 시간 이동에 가까운 여행을 할 만큼 우월한 과학기술을 필수로 한다. 그런 외계인들이 상대적으로 공격받기 쉬운 대도시에 본부를 구축한 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어차피 물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외계인들이니 대서양 한가운데 무인도 몇 개를 찾아내 사용할 만도 한데 말이다.

게다가 이 외계인들은 미 해병의 소총과 수류탄 같은 구형 무기에 쉽게 당한다. 또 10명도 되지 않는 적은 병력에 의해 본거지가 탄로 나고 레이저를 이용한 미사일 유도 공격에 전멸하고 만다. 이뿐만이 아니다. 크고 작은 허점이 수도 없이 보인다.


World Invasion: Battle LA,


하지만, 이 영화를 보는 동안 대부분의 관객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사실적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많은 허점들이 뇌리에서 사라진다. 급기야, 후반부에 이르러 주인공 마이클 낸츠 하사가 전사한 부하들의 군번을 외우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어떻게 허점 많은 이야기가 내게 사실처럼 느껴질 수 있는 걸까?

만일 앞서 열거한 허점들이 모두 완벽해진다면 이 영화는 평점 10점을 받게 될까?

과연 환상처럼 느껴지지 않는, 진짜 삶처럼 느껴지는 이야기의 필수 요소는 무엇일까?


월드 인베이젼이 이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는 뻔한 구조 속에 있을 지도 모른다. 또 흔한 인물 속에 있는 건지도 모른다. 어쩌면 전혀 새롭지 않은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여러 번 학습된 기억의 지배를 받는지도 모른다.

영화가 끝나고 다른 사람들의 비판을 읽으며 '아! 이런 거였어? 난 왜 눈치채지 못한 거야!'라고 마음속에서 속삭이는 소리를 듣고 나면 처음 느낀 감동이 식어 가는 걸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뻔한 영화를 공감하는 것도, 다른 사람들의 비판을 듣고 나서 자신의 견해를 바꾸는 것도 모두 유전자에 기록된 인간의 속성이다. 


영화 속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인 순간을 경험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우리에게 그런 경험을 제공하는 영화는 그리 많지 않다. 월드 인베이젼은 미국이 배경이라서, 해병대 이야기가 식상해서, 외계인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어서 등등의 이유로 폄하하기엔 '사실이라고 느낄 만큼' 아까운 영화다.


World Invasion: Battle 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