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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삶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삶 - (2) 그곳까지의 여정, 두 번째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삶 - (2) 그곳까지의 여정, 두 번째


제법 울창한 숲으로 들어갔다.

차가 속도를 늦추자 계곡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서울에서 1시간 30분 거리.
기대가 커지고 있었다.
숲을 지나자 마을이 나타났다.
아담한 집과 화려한 집들을 지나 개울이 흐르는 곳 가까이에 차가 멈췄다.
콘크리트로 지은 살풍경한 2층집이었다.
울타리도 대문도 없는,
도시에서 보자면 뒷골목 상가에 있을법한 작은 건물이었다.
실망...

"여기까지 왔는데 내부는 보고 가셔야죠."

문이 열렸다. 곰팡이 냄새가 가득하다.
숲 속에 있는 집 바로 옆에 물이 흐르면 습도는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집에 사람이 살지 않고 있었다.
주말에 가끔 오신다는 세입자는 가구며 벽이 온통 곰팡이 투성인데 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걸까?
더는 볼 이유가 없었다.

"이 가격에 이 정도 집이면 좋은 물건이에요. 곰팡이는 닦아내고 창문 열고 환기하면 문제없습니다."

'문제없음 사장님이 사시죠'
목구멍까지 이 말이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간다.

우리는 시간이 나는 대로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경기도 일대의 '전원주택'과 '농가주택'을 찾아다녔다.
제대로 정리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아마도 30곳은 다닌 것 같다.
아내와 나 모두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한번은, 남양주 어느 부동산에서 정말 싸고 좋은 물건이라고 해서 2시간이나 걸려 찾아갔지만
다 쓰러져가는 집은 꼭 축사 같았다.
실제로 바로 옆에 축사가 있어서 그 집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울해졌다.

결국, 포기해야 할 지점까지 온 것일까?
그나마 리스트에 남아있던 집들은 모두 제외되고 아내는 다시 검색을 할 에너지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찾아보자."

미련이겠지.
포기에도 과정이 필요하니까.
아내에겐 마지막이 필요했고,
나는 아내보다 먼저 포기하고 있었다.

"내일 시간 안 되지?"

내일은 시간이 없다.

"그럼 승재 오빠랑 같이 가서 보고 올께."

친오빠처럼 지내는 승재씨.
뭐, 당신만 괜찮다면 나야 고맙지.
근데, 승재씨는 시간이 되나?

다음날,
아내는 승재씨 전화로 사진을 보내왔다.
자신의 전화기가 꺼져있어서.
꽤 마음에 든다.
밝고 넓고 숲이 가까이에 보인다.

기대는?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사진 보고 갔다가 실망하고 돌아온 게 대부분이니까.

그저, 아내의 마지막을 위해서 다음날 시간을 만들었다.

잠실에서 버스를 타고 하남으로 간다.
15분쯤 지나면서 갑자기 길이, 풍경이 달라진다.
시끄럽게 떠들던 사람들이 사라진 시골 장터 같은 고요함이다.
나이 많은 나무들이 자주 눈에 띈다.
평화로운 느낌이 괜찮다.

숲에 난 길

버스에서 내려 부동산 사장님을 만나 승용차로 이동한다.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갑자기 길이 한 번 더 변한다.
왕복 2차선 도로. 한쪽에 개울이 흐르고 반대편엔 논이 있다. 
한발 물러서서 보면 사방이 전부 산으로 둘려싸인 곳이다.
그 길을 따라가다가 마을로 들어선다.
그리고 마을을 절반쯤 지나자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 나올 것 같은 숲이 시작된다.
하늘을 찌를 듯 키 큰 소나무 숲이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그 풍경을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