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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클로저 The Closer, 상대의 감정을 주도하는 매력적인 종결자



미드 클로저 The Closer, 상대의 감정을 주도하는 매력적인 종결자


클린트 이스트 우드Clint Eastwood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and The Ugly'는 1967년 영화다. 

그 이전에도 정말 수많은 서부영화가 만들어졌고 80년대까지도 주말이면 TV에서 서부 영화 한 편은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93년 '용서받지 못한 자Unforgiven', 94년 '툼스톤Tombstone' 정도가 성공한 서부영화로 기억되고, 

그 이후 지금까지 20년 정도는 성공했다고 말할 만한 서부영화는 없는 것 같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시가를 입에 물고 총을 빼들면 상대는 몇 명이라도 다 쓰러지고 만다.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몇 마디 안 되는 대사를 읊조리는 것도, 눈을 가늘게 뜨고 찡그리며 바라보는 표정도, 모두 당시의 관객들에겐 빠뜨릴 수 없는 매력 포인트였다.

그리고 대한민국 전국의 골목마다 사내아이들은 장난감 총을 들고 모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된다.



그때까지만 해도 최고의 총잡이는 총을 빨리 뽑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다.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총을 빨리 뽑는 건 단지 팔과 손가락의 기능이 아니었다. 찰나의 순간에 죽음이 결정되는 긴장된 상황에서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평소 연습한 대로 유연하게 총을 뽑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건 지금도, 그리고 어느 분야에서나 마찬가지다.



미국 드라마 클로저the Closer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드라마다.

주인공이 연약해 보이는 여자라는 점, 그리고 그 주인공이 범죄자들을 상대해서 단지 심문기술 하나로 완전히 굴복시킨다는 점, 

심문을 당하는 범죄자들은 하나같이 스스로의 감정에 무너지고 만다는 점,

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생각한 그대로 진행하는 주인공은 당연히 매력적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강력범죄가 많은 LA 경찰청에 살인사건이나 유명인이 연루된 범죄를 다루는 특수 수사팀이 만들어지고,

경찰국장은 자신의 직권으로 CIA 출신의 브렌다 리 존슨Brenda lee Johnson을 책임자로 임명한다.

강력계에서 잔뼈가 굵은 거친 남자들은 남부 사투리를 쓰는 그녀를 무시하고 다른 부서장들도 이 낙하산 인사에 불만이 많다.

당연히 브렌다는 자리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첫 회에서부터 미국 드라마답게 그녀의 '클로저-종결자'로서의 능력이 발휘되고,

브렌다의 두뇌와 직관에 대부분의 남자형사들은 백기를 들게 된다.

게다가 브렌다는 이런 남자들을 다루는 리더로서의 기술도 뛰어나다.


범죄드라마는 범인과 수사관의 싸움이다.

누가 먼저 총을 빼느냐에서 누가 자신의 감정을 이기느냐로, 그리고 '누가 상대의 감정에 불을 지를 수 있을까'까지 발전하면, 

이제 그 바탕에 깔린 주인공의 인간미와 함께, 천재적인 바둑기사처럼 판 전체를 미리 계산한 것 같은 치밀함에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점점 그 인물에 빠져들어 인간적인 관심과 애정이 생기게 된다.

시즌 5까지 혼자 살던 브렌다가 FBI의 프리츠와 살림을 차리면서부터 그녀의 매력은 급감하기 시작한다.


불완전한 인간, 불완전한 천재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그렇지만 불쾌한 인간, 비정한 천재는 그 반대가 되는 게 당연하다.

브렌다는 프리츠를 무정하게 '이용하고' 무례하게 '사용한다'.


그 아쉬움이 큰 결점이 된 걸까?

드라마 클로저는 2년 후, 시즌 7을 끝으로 클로즈된다.


만일 수사물에 관심이 많다면 이 드라마는 꽤 사랑받을 만하다.

만일 성공적인 여성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면 이 드라마가 딱 맞을 수 있다.

만일 통쾌한 정의를 실현하는 드라마를 원한다면 이 드라마를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끝까지 같은 기대를 하지는 않는 게 좋다.

그녀에게 실망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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